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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친지는 혼자서 요구르트 배달을 하며 남매를 키우고 있다. 근 10년 동안 그 일을 해서 먹고는 살고 있지만 그 생활의 내용이란 게 그야말로 생활이 아니고 그냥 ‘생존’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손바닥은 갈라져 핏물이 배어 나오고 발톱은 뭉그러져서 더 이상 나오지 않은지 오래. 하루종일 고층아파트 계단을 일일이 발로 오르내리며 배달을 하고 위험한 찻길을 손수레 끌며 지나다니다가 교통사고 위험에 부딪친 것도 수십번. 남편이 실직을 당해 집에 들어오지 않다가 최근에 이혼을 했다. 남편없이 아이들을 키우며 돈을 버는 그이 같은 이를 흔히 ‘여성가장’이라고 한다. 이혼, 혹은 사별, 혹은 남편의 실직으로 인해 가정살림뿐 아니라 경제적인 짐까지 떠맡아야 하는 이러한 저소득 여성가장들에게 우리사회는 과연 얼마만한 관심과 실질적인 도움을 주고 있는가.
결론을 말하자면 아무 것도 없다. 요구르트 배달을 하는 그이는 많을 때는 한달 수입이 60만원 가량이 된다. 하지만 그것도 고객이 많다거나 수금이 많은 때 얘기고 거의 매달 미수금분만큼의 돈을 빚내서 대리점에 갖다 내야 그만한 돈이 나온다. 수중에 가진 돈이 없는 그는 벌어서 빚 갚고 그러고 나면 한달 겨우 입에 풀칠할 것만 남는 생활을 근 10년째 해오고 있는 것이다.
그이는 얼마전 모자가정에 주는 지원금(1인당 7만원?)을 받기 위해 동사무소에 갔더니 동사무소 직원이 그곳 동사무소 관할 하에 지원해 줘야 할 주민이 너무 많고 지원금 액수는 정해져 있어 움직일 수 있고 다만 얼마라도 벌어먹고 살수 있는 아줌마같은 사람한테는 돌아갈 지원금이 없다는 말만 듣고 돌아서야 했단다. 게다가 그이는 지금 생활이 성실하지 못했던 전남편이 지운 카드 빚으로 그나마 얼마 안되는 세간살이들에 노란 딱지들이 두어번 붙고 나서 최근 경매처분 되었다. 어느날 재활용센타 남자가 와서 경매낙찰 증명서를 보여주고는 모든 것을, 그야말로 집안의 모든 것을 다 싹쓸이 해 가버렸다 한다. 가져간 사람 또한 생활보다는 생존을 하는 사람이기가 쉽겠다. 그러면서 하는 말이 그 물건들에 미리 누가 ‘가압류’인가 ‘가처분’ 신청을 해놨으면 경매처분까지는 가지 않았을 수도 있었다는 사실을 바로 경매처분을 한 카드사 직원을 통해서 알았다 한다. 경매처분 해놓고 그 사실을 알려주더란다. 그이가 나한테 빚진 것 없지만 혹시 다음에는 그이네가 가지고 있는 유일한 것들, 입고 있는 옷가지, 덮는 이불, 밥그릇까지도 전부 경매처분될까 두려워, 아니 그이 인생 자체가 경매처분 될까 두려워 이제 그이를 나는 가압류하려고 한다. 그런데 어떻게 사람을 가압류하지?
정녕 20대 80의 세상은 오고야 말았는가. 골고루 가난한 세상은 영영 헛된 망상일 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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