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 |
"장애인들이 직접 단식농성을 벌이며 일할 권리의 보장을 요구하고 나섰다.
17일 오후 3시 ‘장애우 일할 권리 찾기 연합’(대표 박호성, 일권연) 소속 회원 및 장애인 단체 활동가 60여 명은 여의도 국민은행 앞에서 ‘장애인 직업 보장’을 촉구하며 천막농성 선포식을 가졌다. 박호성 씨를 비롯한 일권연 회원 6명은 이날부터 12월 15일까지 단식을 하기로 했다.
장애인고용율 0.54% 불과
이처럼 장애인들이 직접 단식농성까지 벌이게 된 까닭은 그동안 정부의 정책이 장애인의 일할 권리를 철저히 무시해 왔기 때문이다. 91년 제정된 장애인고용촉진법에 의하면 3백인 이상의 사업장에서는 의무적으로 2% 이상 장애인을 고용하도록 되어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사업주들은 이를 무시하고 있어 장애인고용율은 0.54%에 불과하다. 얼마 전 한국갤럽의 발표에 따르면 장애인 중 70%가 실직 상태에 놓인 것으로 조사되기도 했다.
더구나 노동부는 이 법에 의해 지난 9년간 장애인 고용을 회피한 기업으로부터 수천억원의 부담금을 받았지만, 이 기금은 실직 장애인을 위해 직접 사용되기보다 고용지원금이나 편의시설설치비 등의 명목으로 기업에 지원되어 왔던 것이다.
이날 일권연은 결의문을 통해 “장애인에게 있어서 직업은 생계를 이어갈 수 있는 수단이면서도 비장애인과 더불어 살아갈 수 있는 사회통합의 수단”이라며 “장애인은 시혜적인 복지가 아니라 직업을 통한 자립의 길을 열어주는 것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또 이들은 “기금 수천억원을 빈곤 장애인에게 생계비로 나눠줬으면 이들의 빈곤상태가 조금은 개선될 수 있었을 것”이라며 “고용촉진공단을 통한 단순 취업알선이 아니라 국회에 계류중인 직업재활법을 서둘러 통과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시혜보다 자립지원 절실”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의 조문순 간사는 “현 고용촉진법은 소수의 경증 엘리트 장애인에게만 적용되기 때문에 시 청각 장애인, 뇌성마비 등 정신지체 장애인, 40-50대 후천성 장애인들은 공단에서 취업서류조차 받아주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또 “취업이 불가능한 대부분의 장애인들은 소규모 자영업을 원하는데 정부는 이렇게 거리에 나오는 노점들을 철거할 것이 아니라 노점을 통해서라도 자립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선포식에 이어 장애인들은 집회장소에서 천막을 치고 농성에 들어가려 했으나 경찰에 의해 제지당했다. 그 과정에서 몸싸움이 벌어져 집회에 참석한 허유성 씨 등이 다리를 다쳤다. 결국 이들은 자리를 옮겨 여의도 순복음교회 옆에서 농성에 들어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