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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월 20일 아산시 모종동 신기공업사 후문 교차로에서 일어난 교통사고 조사과정에서 경찰로부터 겪은 수모와 강압에 항의해 8월 28일 아산경찰서 앞마당에서 분신한 택시 노동자 지용석(32 온천운수) 씨. 그는 온몸에 3도 45%의 화상을 입고 현재 서울 한강성심병원에서 두 차례의 수술을 받은 후 입원중이다.
지 씨의 부인 김자영(22 주부) 씨에 따르면, 경찰은 교통사고 조사과정에서 “야 임마 너 살살 다니지, 왜 그렇게 빨리 다녀서 사고를 냈냐”는 등의 모욕적인 발언을 하거나 조사도 않은 채 몇 시간씩 경찰서에 붙잡아두기를 5일 간 되풀이했다. 결국 가해자로 몰린 지 씨는 대전지방경찰청에 민원이라도 접수하려 해봤지만 “최초 조사 결과가 뒤집히는 일이 없다”는 담당자의 말 앞에 절망, 분신에 이른 것이다.
그로부터 석달이 지난 11월 26일, 아내 김 씨는 아산경찰서 앞에서 농성을 시작했다. 남편의 억울함을 풀기 위해 노력해봤지만 번번이 허사였기 때문이다.
지 씨의 이러한 사연이 알려지자 아산시민모임, 아산YMCA 등 15개 아산지역 시민 사회단체들도 “경찰의 폭언으로 인한 모멸감으로 평범한 시민이 하나뿐인 목숨을 담보로 항의 분신하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한다”며 관련 경찰관의 처벌을 요구하고 나섰다. 또 이들은 지 씨의 가족을 도와 국가를 상대로 민 형사상 소송도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김흥현 아산경찰서 부청문감사관은 “재조사를 진행했지만 관련경찰관의 위법사실이 전혀 없다”고 해명했다. 사고 당시의 아산경찰서 서장과 담당 경찰관은 이미 다른 경찰서로 자리를 옮긴 상태다.
분신 전 지용석 씨가 동료 이경수(민주택시연맹 충남본부장) 씨에게 남긴 편지
“내가 이렇게 미워 보이기는 처음이다. 같은 사람으로 태어나, 그들에게 있어서 나는 무엇이었나, 아주 작은 교통사고였고 결과에 대해 승낙할 수도 있었지만 7일간 경찰서에 들락거리며 얻은 것이라고는 수모와 혐오감, 그래서 더 결과에 승복할 수 없었는지도 모른다. 승객을 태우고 다니며 구둣발로 맞아보기도 하고 욕도 먹어보고 갖은 수모를 다 당했어도 뒤돌아서 담배 한 가치 피우면 잊어버릴 수 있었는데 왜 그들에겐 미움을 버릴 수 없을까? 내가 이렇게 무능력했던가. 3일을 고민했다. 어머니와 아내, 사랑하는 아들을 생각해서 가슴에 묻어둔 채 다시 살아가려 애를 썼건만 또 다른 내가 있다면 그 사람도 얼마나 고민하고 힘들어하고 고생을 할까 혹시나 아들놈이 커서 나와 같은 상황이 된다면….
이 서운함이 가실 때까지 당분간 경찰서비스헌장을 떼어달라 청해주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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