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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월 19일 김대중 대통령은 “경제가 어려운 것은 구조개혁을 철저히 하지 못한 탓”이라고 강조했다. 다음 날 2월 20일, 대검 공안부는 ‘민생공안 원년’을 선포하면서, 대우자동차 부평공장에 공권력을 투입한 것이 ‘민생공안’ 작품이라고 자랑했다. 구조조정에 저항하는 것은 집단이기주의이며 공권력을 이를 철저히 짓밟겠다는 것이었다. 3.1절 경축사에서 김 대통령이 상시구조조정, 곧 상시적인 정리해고만이 살길이라고 밝힌데 이어 역사상 처음으로 120명 공안검사 중 103명이 모여 연찬회를 열고 공안대책협의회(공대협)를 활성화하기로 ‘결의’하고, 이를 위해 정치·대공·사회·노동·학원 등 각 분야에 대한 사법대응책 연구팀을 ‘조직’했다.
이에 따라 지난 3월 15일 대검찰청 소회의실에서 대검 공안부장 등 검사 8명, 국정원, 재정경제부, 경찰청, 보건복지부 등 11개 기관 국장급 이상 간부 19명이 모여 ‘국가기강확립을 위한 공안대책협의회’를 열어 광범위한 분야에 걸쳐 ‘논의’했다. 이들에게 구조조정에 저항하는 노동자와 사회적 약자들은 ‘척결해야 할’ 대상이었으며 ‘국가기강을 뒤흔드는 악의 화신’이었다. 그리고 공권력에 의한 ‘4월 10일 부평만행’이 이어졌다.
공대협은 누가 뭐래도 열린다
99년 6월 7일 진형구 대검 공안부장의 ‘조폐공사 파업유도’ 발언으로 공대협의 존재자체가 부정당할 것으로 보였다. 그해 6월 10일 김종필 총리 주재 노동관계장관회의에서 노동관계차관회의를 활성화해 공대협의 노동문제 개입을 사실상 차단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했다. 그러나 검찰에서 밝힌대로 99년 8월부터 2000년 10월 10일까지 전국 검찰(지)청 54곳에서 열린 공안대책협의회는 모두 182회에 달한다. 또 지난 해 9월 6일 김정길 법무부 장관은 국회에서 “공대협은 학원과 대공관련 사건은 노동관계 차관회의로 넘기고 공대협 예산도 18억원에서 2001년에는 4억2천6백만원으로 축소했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2000년 11월 16일, 또다시 공대협을 열어 전국노동자대회 관련, 불법 과격시위는 엄단하고, 불법시위가 우려되는 모든 집회는 불허하기로 결정했다.
공안검사의 지침하달식 공대협
공대협에 참가한 적이 있는 행정부의 고위관료는 한 국회의원 비서관에게 “토론하거나 의사를 개진하는 분위기가 아니다. 공안검사들의 법논리에 기초한 일장 훈시가 있고 곧바로 지침을 하달 받는 식이다”고 불만을 토로했다고 한다. 또 최근에는 참가일시, 장소 통지서가 오는 대신에 공안부에서 전화로 ‘한 번 만나자’는 연락이 와서 나가면 공안대책협의회가 된다고 밝히고, “발언도 기록되지 않으며 일방적으로 초등학생 받아쓰기 하듯 그냥 적거나 충실히 기억해야 한다”고 전한다. 이런 공대협은 공식적으로 기록되지도 않는다. 지금까지 공대협 회의록을 검찰이 공개한 적은 전혀 없다. 하다못해 참가자 명단도 밝히길 꺼린다. 그러므로 언제 누가 참가해서 어떤 결정을 내렸는지 참가자들 말고는 아무도 모른다. 구조조정에 저항하는 노동자들의 몸짓은 이런 식으로 ‘경제저해사범’이 되며 ‘집단이기주의’의 화신으로 돌변해 ‘척결해야 할 대상’이 되는 것이다. 사회적 약자들이 집회·시위를 통해서 의사를 집결시키기라도 할 냥이면 “불법·폭력 시위 우려가 있으므로 집회를 금지하기로 하자”고 결정해 버린다.
관계기관대책회의=공안대책협의회
99년 3월 12일. 대통령 훈령 77호에 근거를 둔 공안대책협의회가 탄생했다. 공대협 의장은 대검 공안부장이고, 공대협 지역조직도 해당 검찰청(지청)의 공안검사가 의장이다. 대공, 선거, 학원, 정치 문제뿐만 아니라 노동문제 관련 정부조직의 간부들이 대통령 훈령으로 의무적으로 공대협회의에 참가해서 공안검사와 협의하고 사실상 ‘지휘’를 받아야 한다. 이전과 다르게 공대협은 공식기구이며 각급 정부기관은 대검 공안부장 혹은 각 지방검찰(지)청의 공안검사의 부름에 충실히 따라야 할 의무가 있다. 대통령 훈령 77호에 의해.
97년 검찰은 국정원·경찰·기무사와 함께 ‘한총련 좌익사범 합동수사본부’를 구성, 한총련 관련 사건을 주로 다뤘다. 그러다가 이름에서 ‘한총련’을 떼어내고 노동부·교육부·공보처 등을 추가해 ‘좌익사범 합동수사본부’(공안합동수사본부라고도 불렀다)를 만들었다. 위 기구가 법령에 근거하지 않은 임의조직이라는 비판이 일자 김대중 정부는 대통령 훈령으로 공안대책협의회를 양성화했다. 공안대책협의회의 전신은 공안합동수사본부(공안합수부)이고, 공안합수부의 전신은 관계기관대책회의다. 관계기관대책회의의 전신은 79년 전두환이 주도했던 계엄합동수사본부라고 할 수 있다.
계엄합수부는 보안사가 주도했고, 관계기관대책회의는 안기부가 주도했지만, 공안합수부와 공대협은 검찰공안부에서 주도하게 됐다.
또 공대협 이전까지는 이들의 먹이감에 오로지 불온한 ‘빨간 색’을 붙이는 데 주력했지만, 이제는 노숙자도 사회불안세력이며 정리해고된 노동자들도 이들의 사냥감이다. 구조조정 과정에서 한 번 버려진 사람들이 꼼짝하지 못하도록 다잡는 것, 그것이 바로 2001년 공대협이 내건 ‘민생공안’이다.
계엄합수부부터 공대협까지 이들에게는 헌법도, 인권도 안중에 없다. 오로지 필요할 때만 자유민주주의 수호를 외칠 뿐이다. 이들 공안엘리트들에겐 일자리를 잃어 거리를 헤매는 노숙자들도 법에 보장된 노동3권을 행사하겠다는 노동자들도 오로지 배척해야 할 대상이다. 때로는 법치주의로 때로는 공권력으로. 이들에게 사회적 약자의 비명소리는 전혀 들리지 않는다.
* 공대협 주요 활동 일지 *
1999년
3월12일: 대통령 훈령 77호, 공안대책협의회(공대협) 설치// 3월31일: 공대협(의장 대검 공안부장 진형구) 첫 회의: 노동부·경찰·기무사·서울시·국정원등 12곳 참가, 노동계 총파업사태 등에 대해 논의, 불법 집단행동등 폭력시위자 및 배후주동자들을 추적·엄단. 불법파업 주동자나 배후조종한 노조에 재산 가압류, 가처분등 법적 대응조치 결정// 4월 9일~5월11일: 공대협 모두 7차례 열려, 지하철파업·한총련 대책 논의// 6월 7일: 진형구 공안부장, 출입기자에게 ‘조폐공사 파업유도’ 시사발언// 6월10일: 진형구 대검공안부장 발언 이후’ 총리주재 노동관계장관회의, “공대협과 별도로 국무조정실장이 주재하는 노동관계차관회의 활성화” 결정// 8월27일: ‘조폐공사 파업유도 진상조사 특위’에서 진형구 전 대검공안부장, “대검공안부가 공대협의 설치근거 준비, 법무부가 대통령 훈령을 마련 건의 했다”고 답변// 8월31일: 이건개의원, 국회 ‘조폐공사 파업유도 국정조사 특위’에서 “98년 총 40회의 공안합수부 회의 중 28회가 노사분규 관련”이라고 발표// 11월16일: 공대협(의장 대검공안부장 이범관), 99년 6월 이후 사실상 활동을 중단한 공대협 및 지역협의회를 활성화 결정, 폭력시위 가능성이 높은 경우 집회금지 통고
2000년
4월18일: 공안대책서울협, 서울지검 공안2부장 주재, 서울지검 노동전담·사회전담·기획검사, 서울지검 동부지청·남부지청·서부지청의 공안담당 부장검사, 국정원 수사10과장, 노동부 노사조정과장, 복지부 보험정책과장, 농림부 협동조합과장, 서울경찰청 정보1과장·수사과장등 참가, 전국직장의보노조와 전국의료보험노조 총파업 대책 논의// 6월20일: 공안대책서울협, 서울지검 공안2부장 주재, 노동전담 검사, 서울지방경찰청 정보1과장, 서울지방노동청 근로감독과장, 문광부 관리시설과장, 서울시 관광과장 등 참가, 롯데호텔노조 파업 대책 논의(이후 6월 29일, 7월 1일 호텔롯데와 사회보험에 경찰력 투입)// 7월 5일: 공대협, 대검 공안기획관 주재, 대검 공안3과장·검찰연구관, 국정원 수사10과장, 금감위 기획과장, 재경부 금융정책과장, 노동부 노사조정담당관, 경찰청 정보3과장, 서울지검 공안2부부장 등 참가, 금융노조 파업관련 대책 논의// 7월10일: 공안대책서울협, 서울지검 공안2부장 주재, 노동전담 검사, 서울경찰청 수사과장, 서울노동청 근로감독 과장 등 참가, “금융노조 총파업시 파업주도자에 대한 세부수사 계획” 논의// 7월27일: 공대협, 보건복지부등 관련기관 참가, 의료계 집단재폐업 대책 논의// 9월 6일: 김정길 법무부 장관 국회발언, “조폐공사 파업유도 사건을 계기로 공대협은 학원과 대공관계 논의, 노동 사건은 노동관계 차관회의로 넘겼다”고 발표, 공대협 예산은 ""00년 18억원에서 01년 4억2천600만원으로 축소""// 10월17일: 공안대책서울협, 경찰·교육부·노동부등 참가, ASEM에 비정부기구 관련자 324명 입국금지 결정
2001년
3월 9일: 전국 53개 지검·지청 등 공안검사 103명 연찬회, 국민생활 불안 해소에 주력하는 '공안검찰 원년'으로 삼고, 공안대책협의회를 활성화하기로 결정// 3월15일: 공대협, 대검 공안부장 등 검사 8명, 재경부 경제정책국장, 교육인적자원부 고등교육지원국장, 국가정보원 수사국단장, 통일부 통일정책실 정책심의관, 행정자치부 자치행정국장, 보건복지부 보건정책국장, 기획예산처 정부개혁실 공공관리단장, 경찰청 보안국장·수사국장,노동부 노사협력관 등 11개 부처 19명 참석, 봄철 노동계 동향과 전망 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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