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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재판부가 한 개인에게 국가보안법 7조(고무 찬양 및 이적)를 위반했다고 판결한 사건에 대해 98년 말 유엔인권이사회는 최초로 이 사건이 ‘시민 정치권권리에 관한 국제조약’ 19조(표현의 자유)를 위반했다는 결정을 내렸다. 한국정부는 이에 따라 유엔인권이사회에 국가보안법 개정을 공식적으로 통보했고, 지난 3월 박상천 전 법무부장관은 국정개혁보고회의에서 국가보안법을 “‘북한에 이로운 행위’에서 ‘우리의 안보를 침해하는 행위’로 처벌하는 구조로 개정할 것”이라고 대통령에게 보고했다.
이후 국민회의는 이러한 방향을 토대로 ‘국가보안법 대책 특별위원회’를 구성, △제2조 ‘반국가단체’ 개념 중 ‘정부참칭’을 삭제, 북한의 태도변화에 따라 북한을 반국가단체에서 제외시킬 수 있는 장치 마련 △제7조(고무 찬양 및 이적)를 이적표현물 제작 반포 등 개인적인 이적활동에 대한 처벌을 삭제하고, 조직적인 선동 선전활동에 대한 처벌로 요건강화 △구속기간 연장 등 국가보안법 사범에게만 적용되었던 형사특별조항 삭제 등을 골자로 하는 개정안을 확정했다. 그러나 자민련은 이에 대해 유보적인 태도를, 한나라당은 ‘국가보안법의 인권침해는 개정이 아닌 운영상의 문제’라며 ‘개폐결사반대’를 주장하고 있다.
국내외 상황에 힘입어 국내의 국가보안법 반대 운동 또한 그 어느 때보다 활발하게 전개됐다.
9월 천주교 사제들의 삭발단식농성을 계기로 통일 노동 진보를 아우른 1백20개 단체들이 ‘국가보안법폐지범국민연대회의’를 구성해 대중집회, 국회청원 등을 전개했다. 또, 정기국회 내 국가보안법의 핵심조항인 7조 완전삭제를 주장하며 인권 여성 환경 보건의료 등 1백28개 시민사회단체들이 ‘국가보안법반대국민연대’를 구성해 정치권에 대한 압력행사와 「활보」를 필두로 대 국민 홍보운동에 나섰다.
이에 뜻하지 않은 원군까지 나타나 지난 11월 유엔인권이사회는 한국의 인권상황에 대한 보고서를 심의한 결과를 발표해, ‘국가보안법의 단계적 폐지’와 ‘국제인권규약에 부합하도록 국가보안법 7조(고무 찬양 및 이적) 긴급히 개정할 것’을 권고했다.
그러나 국회가 끝나가는 이 시점에서 조차 국가보안법은 국회에 상정되지 못했다. 이에 대해 사회진보연대의 정종권 사무국장은 “김대중 정권은 국가보안법 개폐를 반대하는 집권세력 내 보수세력을 돌파해내려는 의지가 없는데 이는 결국 문제해결의 의지가 없는 것이다”라고 지적한다.
1일로 국가보안법이 제정된 지 51년이 됐다. 한 인권운동가는 ‘작년 말부터 국가보안법이 사회의 화두로 떠올 랐음에도 불구하고, 시민사회의 국가보안법 폐지 운동이 너무 늦게 시작됐다’며 ‘지금 모은 힘을 한시적인 것으로 끝내는 것이 아니라 2~3년 내로 국가보안법을 폐지시키겠다는 의지로 계속적인 활동을 벌여내야 한다’고 말한다. 국가보안법과의 싸움을 결코 그만두어서는 안 된다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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