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 |
"의료보험(의보)통합의 목적은 지역 직종별로 제한된 소득 재분배 기능을 전국적 범위로 확대, 국민 상호간에 형평성 있는 보험료 부담을 가능케 해 사회통합을 이루는데 있다. 의보통합이 실시되면 저소득층의 보험료는 인하되고 고소득층의 보험료는 인상되는 등 보험료 부과의 형평성이 생기기 때문이다. 또 조합 운영비가 절감되고 조합간 재정격차가 해소돼 보험혜택의 범위가 확대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국노총과 직장의료보험조합은 지역의료보험 재정의 열악성을 이유로 지역과 직장 의보의 통합을 반대한다. 도시자영업자와 농어촌 주민의 소득파악률이 낮기 때문에 소득이 노출된 직장 가입자들이 이전에 비해 상대적으로 더 많은 보험료를 부담하게 된다는 것이다. 이에 정부와 여당은 내년 1월로 예정된 의보통합을 6개월 연기시키기로 하고, 내년 의보통합의 시행을 명시하고 있는 국민건강보험법 개정안의 국회 의결을 미루고 있다.
의보에 대한 국가보조 높여야
그러나 국민건강권 확보를 위한 범국민연대(건강연대)는 “의보통합 연기는 기득권 세력을 위해 국민을 희생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청와대 김유복 복지노동수석이 내년 총선에서 한국노총 등 기득권 세력의 지지를 얻기 위해 의보통합을 연기하고 있다는 것이다.
건강연대는 한국노총 등의 반발에 대해 “의보통합을 반대할 것이 아니라 현 25%밖에 되지 않는 지역의보에 대한 국고보조를 50% 이상으로 끌어올리는 등 국민건강에 대한 국가의 책임을 묻는 것이 핵심”이라고 지적한다. 또 “의보통합 시 가져올 노동자들의 부담인상분은 현재 30% 선인 자영업자의 소득파악률을 80% 이상으로 높여 유출되고 있는 재원을 정부가 징세할 수 있도록 해야한다”고 주장한다. 눈앞에 이익보단 근원적인 문제해결을 위해 현재 국회 상임위를 통과하고 국회 의결을 기다리고 있는 국민건강보험법 개정안을 조속히 통과시켜야한다는 지적이다.
◎ 의약분업을 위한 약사법
국회 상임위를 통과하고 본회의 의결을 앞두고 있는 약사법도 의보통합 못지 않은 진통을 겪고 있다.
의약분업을 주 골자로 하고 있는 약사법 개정안에 따르면 단순 일반 의약품을 제외한 전문의약품은 의사의 처방전이 있어야만 구입할 수 있다. 가벼운 증상에도 불구하고 의료기관과 약국을 이중으로 방문해야 하는 소비자의 입장에서 생각하면 선뜻 이해가 가지 않는 제도임에도 불구하고 의약분업이 시행돼야하는 것은 약값을 볼모로 한 진료비 인상과 의약품의 오남용을 제도적으로 예방하기 위해서이다. 실제로 우리나라는 의약품 남용으로 인해 항생제 처방의 효과가 떨어지는 대표적인 국가 중에 하나다.
정부는 94년 약사법을 개정한 후 98년 정부와 소비자, 의사, 약사 및 각계 전문가들로 구성된 ‘의약분업추진협의회’를 만들어 99년 7월 1일부터 의약분업을 시행하기로 결정했다. 그러나 올해 2월 의사협의회와 약사협의회가 의약분업의 실시를 1년 연기해줄 경우 분업에 협조하겠다고 요청하자 의약분업의 실시를 내년 7월 1일로 연기했다. 이러한 조치에도 불구하고 의약분업의 내년 시행을 법제화하고 있는 약사법 개정안이 진통을 겪고 있는 것은 의사들과 병원측의 반발 때문이며 내년으로 다가온 총선에서 이들의 표를 의식한 정치권의 태도 때문이다.
의사 정치권, 국민건강 볼모 잡아
지난 11월 30일 있었던 의사 1만7천여명의 유례없는 휴진 및 파업시위는 의약분업이 실시될 경우 주요 수입원이었던 약값 마진이 없어지면서 병 의원의 경영이 더욱 악화될거라는 발상에서 나온 것이었다. 그러나 얼마전 보건복지부는 약값을 실거래함에 따라 약값을 30% 내리는 대신 의보수가를 9% 인상하고, 약사법 개정안에 약사의 임의조제 금지를 명문화하는 조항을 추가한 바 있어 이들의 주장은 설득력을 갖지 못한다. 또한 병원 수익을 통한 의료부문 투자 등은 국가보조를 통해 해결해야할 될 몫이다.
민중의료연합 김재광 사무처장은 “의료는 개인 뿐 아니라 사회적 노력을 통해 달성돼야 한다. 그러나 현실의 의료는 경제논리에 따른 의료혜택이 당연시돼 의료의 공공성이 후퇴되고 국민의 건강권을 보장해야 할 국가의 책임이 방기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