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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대를 불과 보름 앞두고 1900년대 역사속에 묻혀진 진실과 인권을 다시금 생각해 볼 수 있는 자리가 펼쳐지고 있다. 바로 세종문화회관 전시실에서 열리고 있는 퓰리처상 사진대전.
1942년 미국 노동자들의 분노를 담은 ‘포드사의 파업’이란 작품을 비롯해 전시된 사진 하나하나는 인간이 인간에게 저지른 인권침해의 역사가 무엇이었는가를 직시하게 한다.
얼어붙은 강에 떨어져 죽지 않기 위해 발버둥치며 무너진 대동강 다리를 필사적으로 건너가는 피난민의 행렬과 등에 겨누어진 총부리에 밀려 벌거벗은 채 걸어가는 사람들(1951년 한국전쟁), 온몸에 흙탕물을 뒤집어 쓴 채 공포에 질린 눈으로 칼을 겨눈 군인을 응시하던 베트남인(1965년 베트남 전쟁)의 사진은 20세기 전쟁이 안겨다준 해악들을 낱낱이 고발하며 우리를 꾸짖는다.
앙상한 살가죽 밖으로 드러난 뼈와 왜소한 몸에 비해 기형적으로 거대한 머리. 엄마 품에 안겨있는 에디오피아의 아이는 굶주림에 찬 시선으로 카메라 렌즈를 바라보고 있다.(1984년 에디오피아의 아이) 그 사진 뒤로는 평온한 식당의 큰 창문을 통해 배고픔에 지쳐 쓰러진 사람들의 시선이 잡힌다. 그리고 비오는 거리 한 모퉁이에서 상자를 뒤집어 쓴 채 끼니를 때우고 있는 노숙자의 사진(1986년 필라델피아의 홈리스)은 이 세상 다수가 빈곤의 문제로 고통받고 있음을 고발한다.
또한 사진은 차별의 문제에도 접근한다. 흑인에 대한 인종차별을 없애고자 국토를 횡단하던 흑인대학생이 백인들로부터 60여군데의 총상을 입은 채 고통에 울부짖고(1967년 미시시피주에서 총맞은 메레디스), 할례의식을 치르는 16살짜리 케냐 소녀는 피묻은 면도칼 옆에서 머리를 땅에 댄 채 울고 있다.(1961년 케냐의 여성할례)
그러나 전쟁과 빈곤, 차별의 역사 속에서도 우리는 한줄기 빛을 발견한다. 감전된 동료를 살리고자 전봇대 위에서 인공호흡을 하고 있는 노동자의 모습(1968년 생명의 키스)은 다가오는 새천년 인류사회가 지향해야할 가치가 무엇인가를 깨우쳐 준다. 바로 생명과 인권의 존중을.
굳이 인권과의 상관관계를 찾아볼 수 없는 사진도 눈에 띄는 이 전시회는 오는 12월 31일까지 휴관 없이 계속될 예정이다. (문의 02-399-1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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