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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는 지난 68년 이후 아무런 이의제기 없이 시행된 강제 지문날인 조치가 처음으로 시민사회의 저항에 부딪친 한 해였다.
시민사회가 지문날인 거부운동에 나선 것은 지난 5월, 정부가 현 주민증을 플라스틱 주민증으로 일제 경신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하면서부터였다. 정부는 “주민증 경신과정을 통해 17세 이상 모든 국민의 지문을 디지털 방식으로 채취하겠다”고 밝히고 “지문날인을 하지 않으면 새 주민증을 발급할 수 없다”는 방침을 표명했다.
그러나 시민사회는 “주민증을 만들 때 열손가락의 지문날인을 요구하는 것은 국가의 주인인 국민을 범죄자 취급하는 행위”이며 “디지털 방식의 지문 채취는 국민에 대한 전자적 감시와 통제수단으로 적용돼 국민의 사생활을 침해할 수 있다”고 비판했다.
이러한 반대 여론 속에 사회진보연대, 인권실천시민연대 등 사회단체는 지문날인거부운동본부를 구성했으며 김진균(서울대 교수), 문정현(신부), 이부영(전국교직원노동조합 위원장) 씨 등 사회인사 1백51명은 지난 7월 “지문날인이 폐지되지 않는 한 주민증 없는 대한민국 국민으로 살겠다”는 의사를 강력히 표명했다. 소수 지식인을 중심으로 출발한 지문날인 거부 운동은 채 2주일이 지나지 않아 평범한 회사인과 주부 등으로 확대돼 지문날인 거부 선언운동에 동참한 사람은 1천여명을 넘어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문을 채취하고자 하는 정부의 불법행정은 줄어들지 않았다. 정부는 동사무소 직원들은 물론 통 반장까지 주민증 경신 사업에 동원했다. 주민증을 경신하지 않은 사람들은 줄잇는 독촉전화와 공무원들의 방문에 시달려야했다. 또 이들의 집 앞에는 ‘주민증을 경신하지 않을 경우 주민등록을 말소시킨다’는 내용의 협박성 공문서가 붙기도 했다.
한편 지문날인 거부운동을 펼쳤던 시민사회단체는 지난 9월 ‘지문날인 제도와 지문 전산화 폐지’를 요청하는 헌법소원을 제기한 이후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다.
아직 미성숙한 시민의식을 파고들며 끊임없이 통제와 감시를 기도하는 국가폭력 지문날인. 강요된 굴종의 폭력이 우리사회에서 사라질 날은 아직도 희미하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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