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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의 경험을 솔직히 풀어놓으면서 생각없이 저질렀던 일들을 많이 반성했습니다. 나도 무언가 할 수 있다는 자신감도 얻었구요.”
22일 장충동 여해문화공간에서 열린 연극 ‘아름다운 아이들 2’를 준비하면서 비로소 자신의 내면과 세상을 향해 마음을 열게 되었다는 서동윤(18세)군의 얘기다. 지금은 ‘고봉실업고등학교’로 문패를 바꿔 단 경기도 의왕시 소년원에 수용되어 있는 동윤이는 이 연극에서 친구 11명과 함께 그동안 감추어왔던 내면의 억압과 아픈 상처를 고스란히 뱉어냈다. 부모로부터 버림받은 기억, 대화와 온기가 사라진 가정, 폭력과 불신만을 가르쳐준 학교와 사회, 본드와 도둑질로 이어나가야 했던 가출이후의 생활, 경찰서에서 당해야 했던 부당한 대우에 관한 이야기를 풀어놓으면서, 아이들은 용기있게 자신들의 상처를 마주했다.
잠시의 자유, 그러나 다시 멀어질 발걸음
‘아름다운 아이들 2’는 아이들이 준비한 무대에서의 독백으로 끝나지 않았다는 점에서 여느 연극과 다른 차별성을 보였다. ‘억압받는 사람들의 연극공간-해(解)’(대표 노지향)의 도움을 받아 개최된 이 연극은 ‘토론연극’이라는 색다른 형식을 도입, 관객과 배우의 이분법을 해체했다. 토론연극이란 관객들이 원하는 장면에서 직접 배우가 되어 펼쳐진 문제상황에 대한 대안을 직접 몸으로 보여주는 참여연극의 한 형태다. 이날 연극에서 관객들은 아이들의 상처를 끌어안는 교사나 부모가 되기도 하고, 가정과 학교, 사회가 가하는 폭력에 저항하는 아이들이 되기도 하면서, 아이들과 대화하고 억압적인 현실의 변화를 요청했다.
갇혀있는 아이들이 배우가 되어 펼쳐놓고 관객들이 또다른 배우가 되어 새로운 상황을 연출했던 이 색다른 연극은 ‘처벌과 일방적 교화’가 아닌 자신의 내면과 사회와 호흡하는 방식으로 소년원 교육이 변화되어야 할 필요성을 보여주었다는 점에서도 남다른 의미를 갖는다.
잠깐동안 허락받은 자유로운 공기, 오랜만에 부등켜안은 친구들과 가족들의 눈물을 뒤로 한 채 또다시 소년원으로 돌아가야 하는 이 아름다운 주인공들이 남긴 질문. “당신은 과연 우리들의 상처와 무관한가?” 이 질문에 어떻게 응답하는가는 고스란히 우리에게 던져진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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