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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8일부터 매주 금요일마다 서울 명동과 대학로에서는 '반인도적 국가범죄 처벌 및 공소시효 배제 입법화'를 촉구하는 범국민 서명운동이 진행되고 있다. 이 서명운동은 13개 인권사회단체와 피해자들이 주관하고 있다. 확성기에서 울려나오는 ""반인도적 범죄에 시효를 없애자""는 호소만을 듣고도 자발적으로 서명에 동참하는 시민들의 발길이 이어져, 시민들의 성원은 예상보다 뜨거웠다. 문제는 ""그러한 공분을 어떻게 제도적으로 수렴하는가""다.
이와 관련해, 법률 전문가들은 반인도적 범죄(혹은 국가범죄)의 공소시효를 배제하는 입법이 시급하다고 입을 모은다. 그 방법은 특별법의 제정과 형사소송법의 공소시효 조항 개정이라는 두 가지 방향에서 제시된다.
하태영 교수(경남대 법대)는 형사소송법의 개정을 제안하고 있다. 그 골자는 형소법 내에 공소시효 배제조항을 삽입하고, 시효정지조항을 보완하는 것이다. 하 교수는 △헌정질서파괴범죄 △국가권력기관의 구성원에 의한 고문 상해 살인범죄 △전쟁과 테러에 의한 민간인 학살범죄 △직계존속살해와 미성년자 유괴살인범죄 △약취 유인 및 감금에 의한 노예범죄 등의 공소시효 배제를 명문화하고, △미성년자에 대한 성범죄는 피해자가 성인이 될 때까지 △국가권력기관 구성원에 의한 증거조작 및 은폐행위는 조작은폐 사실이 드러날 때까지, 공소시효의 진행을 정지할 것을 제안한다.
반면 박찬운 변호사는 ""기존의 법률을 개정함으로써 반인도적 범죄의 개념과 원칙을 선언하는 것은 절차적으로 복잡하고 어려운 작업이 될 것""이라며 ""특별법의 형식으로 반인도적 범죄를 처리할 것""을 제안하고 있다.
정치권에서도 두 가지 방향 모두에서의 입법이 추진되고 있다. 한나라당 이주영 의원은 이미 형사소송법 개정안을 마련해 당 정책위원회에 제출했다. 이 의원의 개정안은 △내란 및 외환 △전쟁범죄 및 테러 △국가기관이 사실발견을 은폐하기 위해 행한 증거인멸, 직무유기, 직권남용, 범인도피, 위증 등에 대해 공소시효를 배제하도록 하고 있다.
민주당 함승희 의원은 '특정범죄의 공소시효 등에 관한 특례법' 형식으로 공소시효 배제 입법을 추진하고 있으며, 최종 성안단계에 와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또한 한나라당의 김원웅 의원은 '중대한 인권침해사건에 대해 공소시효를 적용하지 않는 특별법 제정'을 촉구하는 국회 차원의 건의문 채택을 추진하고 있다. 김 의원은 건의안 발의 정족수인 20명 의원의 동의를 이미 받아냈으며, 발의 시점을 저울질하고 있다.
한편, 국내법의 제 개정 뿐 아니라, 국제조약 가입을 통해 국제사회의 규범을 수용하는 것 역시 미룰 수 없는 과제다. 협약 가입에 관한 외교부와 법무부의 공식 입장은 아직까지 '불가'다. 그러나 김원웅 의원은 국회 건의안을 통해 1968년 유엔에서 채택된 '전쟁범죄 및 반인도적 범죄에 관한 시효부적용 협약'(아래 시효부적용 협약)의 가입을 공론화할 예정이다. 언제까지 공소시효를 반인도적 국가범죄의 면죄장치로 둘 것인지, 우리 운동이 풀어가야 할 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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