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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기부원의 불법체포 행위에 대해 법원이 국가의 손해배상을 명령했다.
14일 수원지방법원 민사3단독(판사 오기두)은 김형찬(경희대) 씨가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소송에서 “김형찬 씨가 안기부원들의 불법체포에 의해 입은 정신적 피해에 대해, 국가는 위자료 1천만원을 지급하라”며 원고 일부승소 판결을 내렸다.
김형찬 씨는 지난 96년 12월 5일 서울 신당동의 후배자취방에서 수배자를 찾던 안기부원 5명에 의해 불법 연행됐으며, 수배자가 아니라는 신분이 밝혀진 뒤에도 파출소와 경기도경 공안분실 등에서 고문을 당하다 분신을 기도해 심한 화상을 입었다. 이에 따라 김 씨는 국가와 권영해 전 안기부장, 성명미상의 안기부원들을 상대로 1억3천여 만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했으며, 소송 과정에서 안기부원의 신원이 파악되지 않아 안기부쪽에 대한 소는 취하했다.
그러나 이날 판결에서 김 씨가 안기부원에게 고문을 당했다는 주장이 인정받지 못한 것은 미흡한 점으로 평가된다. 재판부는 이에 대해 “김 씨의 주장 외에 고문사실을 인정할 증거가 달리 없다”고 이유를 밝혔다. 반면 소송대리인인 김칠준 변호사는 “증거가 부족한 점은 인정되지만, 안기부측이 어떠한 자료도 제출하지 않고 항변도 하지 않는 특수한 상황을 무시한 채 증거가 없다는 이유를 들어 판결한 것은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김 변호사는 “안기부측이 당당하게 수사관들의 신원을 밝히고 적극적으로 재판에 임했어야 했다”며 “이번 재판은 허공을 상대로 한 재판과 같았다”고 평했다.
박래군 인권운동사랑방 사무국장은 “고문은 보통 밀실에서 이뤄지고 가능하면 증거를 안 남기는 수사기법을 사용하고 있기 때문에, 명확한 물증을 잡기가 어렵다”며 “김형찬 씨 경우는 스스로 분신까지 한 정황으로 볼 때 혹독한 고문이 가해졌을 것이라는 원고측 주장을 법원이 고려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날 판결과 관련, 소송대리인측은 즉각 항소할 뜻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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