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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의 무분별한 총기 사용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최근 경찰의 과잉대응이 여러 차례 비판의 도마 위에 올랐음에도 불구하고, 총기남용으로 인한 인명피해는 계속되고 있는 것이다.
지난 19일 저녁에도 절도미수용의자인 이승재 씨가 실탄 2발을 맞고 숨졌다. 현장에 있던 경찰은 “이 씨가 각목을 던지는 등 저항을 했기에 실탄을 발사할 수밖에 없었다”고 밝혔으나 당시 피의자가 등을 보인 자세에서 총을 맞은 것으로 드러나 무리한 총기사용이라는 지적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이에 앞서 15일에도 중학교 3학년생이 훔친 오토바이를 타고 달아나다 뒤쫓던 경찰이 쏜 총탄에 왼쪽 등을 맞고 숨진 바 있다. 이는 “조준 시 대퇴부 이하”라는 ‘총기사용안전수칙’마저 어긴 것이었다. 또 최근 경찰의 총기사용으로 숨진 이들 모두 이렇다할 무기를 가지고 있지 않았다는 점도 지적되고 있다.
이렇듯 무분별한 총기 사용이 급증한 것은 경찰이 지난 달 서울에 나타난 탈옥수 신창원 검거에 실패한 뒤 총기사용에 관한 규정을 완화했기 때문이다. 즉 ‘공포탄 2발을 발사한 뒤 실탄 3발을 발사’하도록 돼 있던 총기사용수칙을 ‘공포탄 1발을 쏜 후 바로 실탄 발사가 가능’하도록 바꿨던 것.
이번 정기국회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올 들어 8월까지 총기사용 건수는 279건으로 ‘97년 한해 동안 발생한 총기사용 건수인 295건에 거의 육박했다. 특히 총기사용수칙이 개정된 뒤인 8월 한달 동안 무려 51건이 집중돼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총기사용 남발에 대한 비난 여론이 빗발치자 경찰은 “실탄사격훈련 등을 강화해 부작용 등을 최소화하는데 주력할 방침”이라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생명의 소중함에 대한 인권의식이 성숙되지 않는 한, 경찰력 남용이나 총기사고 등 불상사가 근절되지 않으리라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한국인권단체협의회는 20일 성명서를 발표, “범죄 용의자가 어떤 죄를 지었던 간에 경찰의 총기사용이라는 즉결처분에 의해 죽어 가야할 만큼의 큰 죄를 지은 사람은 없다”며 “최근 급증하고 있는 경찰공무원에 의한 총기사용은 국민의 생명을 가장 소중히 여겨야 하는 경찰의 신성한 책무에 반하는 행위”라고 비판했다. 또 “총기사용의 요건과 한계, 안전수칙을 엄격히 준수하는 교육을 강화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더욱 중요한 것은 생명의 소중함에 대한 인권교육”이라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 인권협은 22일 목요일 12시 서대문 경찰청 정문 차도 건너편 인도 상에서 ‘경찰 총기남용 규탄 항의집회’를 개최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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