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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청 · 감청에 대한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하지만 최근 국회 내에서 이뤄지는 수사기관의 도청 · 감청에 대한 논란은 정치적인 이해관계에 파묻혀 본질적인 문제에 접근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지적된다.
‘영남위원회’ 사건 관련자들이 무려 3년 동안이나 감청의 대상이 돼 온 것에서 볼 수 있듯이 도청 · 감청의 문제가 이전 정권서부터 지속된 문제임에도 불구하고, 현재 집권여당과 야당 간의 정치공방으로 협소화되고 있다는 것이다.<본지 10월 15일자 참조>
감청 논란, 정쟁으로 협소화
94년 4월 ‘통신비밀보호법’ 시행령이 입법예고된 이래로 수사기관에 의한 감청은 매년 크게 늘어왔다. 이번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수사기관의 감청영장청구는 96년 2천67건, 97년 3천3백6건으로 1.6배 증가한 데 이어 올들어서도 지난 8월까지 2천2백89건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매년 수사기관의 감청 남용이 문제로 지적되면서도 근본적인 변화를 수반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야말로 더 큰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실은 현재 드러나고 있는 도청 · 감청의 문제점은 이미 ‘통신비밀보호법’이 제정될 때부터 예견됐던 바다.
93년 12월 김영삼 정부는 과거 군사독재정권 이래로 불법도청 시비가 끊이지 않자, 감청의 남용을 방지하기 위해 ‘통신비밀보호법’을 제정했다. 이 법은 감청에 의하지 않고는 효율적인 수사를 하기 힘든 범죄에 한해서만 법원의 영장에 의해 감청을 할 수 있도록 제한했고, 영장에 의한 도청은 매우 제한적으로 신중하게 허용될 것을 전제로 하고 있다.
하지만 ‘통신비밀보호법’의 제정 당시, “국가안보나 수사상의 필요에 의해 도청(감청 또는 검열)의 필요가 있다고 하더라도 그 필요한 경우를 제한적으로 열거하지 않고는 정보 수사기관의 부당한 도청을 막아낼 수 없을 것이고, 오히려 정부기관이 저질러 온 잘못을 합법화하는 데 이용될 것”이라는 염려의 목소리가 적지 않았다.
통신비밀보호법, 되려 비밀침해
이러한 염려는 현실로 드러났다. 백승헌 변호사는 ‘우리나라 도청의 법제와 실제’라는 글을 통해, “제정취지와는 달리, 수사기관에 의한 감청은 오히려 증가했으며, 법원이 이를 제한하는데 노력을 기울인 증거는 찾을 수 없다”고 밝혔다. 또 감청 뿐 아니라 불법 도청 또한 매년 밝혀지는 것만 수십 건에 달하고, 출소 장기수 집이나 노동연구소 등에서 심심치 않게 도청기가 발견되는 등 아직도 불법적인 도청이 횡행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또한 우리나라에서 도청의 문제는 단순히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라는 측면을 뛰어넘는다는 지적도 눈여겨볼 만 하다. 즉 우리나라에서는 과거 군사독재기간서부터 현재까지 정치적 반대자를 감시하는데 도청이 광범위하게 이용돼 왔고, 상당수의 사람들이 도청에 대한 공포에서 벗어날 수 없었다는 점에서 도청의 문제는 정치적 자유, 언론의 자유, 양심의 자유와도 연결돼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적절한 통제가 없는 감청은 범죄와 맞선다는 정당한 사회적 필요를 넘어 사생활의 침해를 가져오고, 더 나아가 모든 인권의 기초인 인간의 존엄성을 송두리째 앗아가는 결과를 가져온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이와 관련, 조시현 성신여대 법학과 교수는 “아무리 범죄수사와 국가안보를 위해 필요하다 하더라도 감청을 허용하는 현행의 통신감시체제가 인권과 민주주의를 말살시킬 수 있음을 솔직히 인정하고 이제부터라도 적절한 통제수단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영남위원회’ 구속자인권을 위한 시민 · 사회단체 대책모임」은 △법원의 감청영장제한 및 기간 명시 △불법도청으로 취득된 자료는 재판 증거자료로 채택되지 않도록 제한 △통신비밀보호법, 기타 관련 법에 감청의 목적과 대상을 엄격히 규정할 것 등을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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