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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헌이라고 해석되는 이유
1. 국가보안법은 헌법의 평화통일이념에 반할뿐더러 인간의 존엄과 가치 및 행복추구권을 짓밟는 법률이다.
헌법은 전문에서 “대한민국은…평화적 통일의 사명에 입각하여 정의, 인도와 동포애로써 민족의 단결을 공고히 하고”라고 규정하였다. <중략> 이러한 평화통일은 전쟁이 아니라 동포애를 바탕으로 한 대화와 협상을 통해서만 성취될 수 있음은 두말할 나위 없다. 그런데 국가보안법은 같은 동포이며 대화, 협상의 상대방인 이북을 정부를 참칭하거나 국가를 변란할 것을 목적으로 한 “반국가단체” 즉 “적”으로 규정하고 이북을 왕래하면 처벌한다. 이북정권 아래서 일하는 사람과는 말할 것도 없고 이북에 거주하는 주민하고도 만나거나 통신연락을 하면 처벌한다. 그들과 금품을 주고받아도 처벌하고 그들에게 욕을 하는 것은 괜찮지만 그들이 아무리 훌륭한 일을 하더라도 칭찬하거나 그에 동조하면 처벌한다고 규정하는 등 이북과의 대화, 협상, 교류, 우호친선 그리고 마땅히 자유로워야 할 평화적 통일운동을 철저히 봉쇄하고 있다. 그러므로 국가보안법은 정의, 인도와 동포애를 바탕으로 한 헌법의 평화통일이념에 반할뿐더러 민족의 영구분단과 이산 그리고 불행을 강요하는 반인륜적인 부도덕한 법이므로 이는 인간의 존엄과 가치 및 행복추구권을 보장한 헌법 제10조에도 위배된다.
2. 국가보안법 전체에 대하여 위헌선언할 수 없다고 한다면 적어도 검사가 이 사건 피고인들에게 적용해 달라고 주장하고 있는 국가보안법 제7조 제1항, 제3항, 제5항 및 제8조에 대하여는 아래와 같은 이유로 위헌선언 되어야한다.
가. 국가보안법 제7조 제1항 및 제8조는 형벌규정이므로 죄형법정주의에 의하여 구성요건은 명확해야 한다. 그런데 위 법률조항들은 그 구성요건이 너무 막연하고 불명확한 규정들로 이뤄져 있다. “국가의 존립, 안전이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위태롭게 한다는 정을 알면서”라고 하였는데 대한민국의 존립, 안전을 위태롭게 하는 행위냐, 아니냐 또는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위해를 주는 행위냐, 아니냐는 객관적으로 뚜렷한 기준 내지 그 한계를 정할 수 없는 애매모호한 것이어서 수사기관이나 법관의 주관적 해석에 맡길 수밖에 없는 불명확한 구성요건이다.<중략>
따라서 국가보안법 제7조 제1항 및 제8조는 죄형법정주의를 규정한 헌법 제12조 제1항에 위반된다.
나. “국민에 의한 정치”이자 “여론에 의한 정치”인 민주정치가 제대로 그 기능을 발휘하기 위해서는 합리적이고 건설적인 사상 또는 의견의 형성이 필요하며 그러기 위해서는 국민이 국가나 사회로부터 그에 필요한 정보를 광범위하게 수집할 수 있어야 하는데 이는 언론, 출판 등의 표현의 자유가 “보장”됨으로써만이 가능하다. 이런 점에서 표현의 자유는 민주주의의 제도적 토대라고 할 수 있어 헌법에서 보장된 여러 기본권 가운데서도 특히 중요한 기본권이다. 그러므로 의사표현에 대하여 형벌을 과하는 법률은 최고도의 명확성이 요구될뿐더러 그 의사표현 행위를 처벌하기 위해서는 그것이 장래에 있어 국가나 사회에 단지 해로운 결과를 가져올 수 있는 성향을 띠었다는 것만으로는 부족하고, 법률에 의하여 금지된 해악을 초래할 명확하고도 현실적인 위험성이 입증된 경우에 한정되어야 하는 것이다(명백하고도 현존하는 위험의 원칙).
그런데 국가보안법 제7조 제1항의 “찬양, 고무, 선전, 동조” 등은 모두 의사표현의 형태를 가리키고 있는 점에서 공통되고 따라서 위 법률조항은 의사표현의 자유를 제한하고 형벌을 과하는 규정이면서도 앞서 “가”항에서 지적한 것처럼 구성요건이 너무 애매하여 명확성이 결여되고 지나치게 광범위할뿐더러 북한에 이로운 것은 곧 대한민국에 해롭다는 논리 위에 북한에 이로울 수 있는 의사표현은 그것이 대한민국에 현실적으로 해악을 끼칠 위험성이 명백한 경우이건 아니건 무조건 처벌대상으로 삼고 있다. 그리하여 정부에 대한 비판이나 북한에 대한 진실한 보도나 정당한 평가 또는 합리적인 언급조차도 권력의 선택에 따라 처벌할 수 있게 되어 있어 위 법률조항은 북한이나 통일분야에 관하여 국민의 “알 권리”를 철저히 봉쇄하고 민주주의의 기초인 건전한 여론형성을 저해하는 기능으로 작용하고 있다. 결국 국가보안법 제7조 제1항은 표현의 자유를 규정한 헌법 제21조 제1항에도 위반된다.
<후략>
1998. 10. 21
변호사 변정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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