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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페일러 헥포드(95년 작) 주연:케시 베이츠, 제니퍼 제이슨 리
돌로레스 클레이본을 보고 있노라면 여러 가지 복잡한 감정에 빠지게 된다. 두 사람의 죽음을 풀어가는 것이 이 영화의 중심 얼개이긴 하지만, 그것을 다루는 방법은 교차 병렬되어 있고 그 해석의 바탕에는 신화가 깔려 있다.
사방이 물로 고립되어 있는 작은 섬마을에서 당시의 정황상 살인이라고 오인될 수 있는 사건이 일어난다. 층계참에서 죽어 넘어져 있는 여인은 집주인인 베라, 유력한 용의자로 지목된 사람은 그 집의 하녀인 돌로레스 클레이본, 자청하여 사건을 맡은 형사는 이 사건을 위해 일부러 뭍에서 섬으로 건너온 노련한 형사 조 베시, 그리고 이 사건을 계기로 십년만에 집으로 돌아오는 돌로레스의 딸 셀리나와 십년 전에 죽은 셀리나의 아버지. 이들이 두 죽음에 얽혀 있는 사람들이다.
그러나 이 영화는 살인 사건의 진상을 파헤치는 것이나 범인은 누구인가에 초점을 모으진 않는다. 문제는 십년 세월을 사이에 두고 일어난 두 사건이 어떤 관계가 있으며, 그것을 추적해 가는 과정에서 무엇을 발견하게 되는가이다.
십 년 전에 일어난 한 남자의 실족사는 누구든 일생에 한 번밖에 볼 수 없거나 한 번도 볼 수 없는 시간에 발생했다. 해가 없는 어두운 밤에만 자기 존재를 명확히 할 수 있는 달이 해를 완벽하게 먹어 버리는 일식(日蝕), 시간은 6분 30초. 그 시간은 무엇을 의미하며 어떤 변화를 가져왔는가.
신화적인 해석에 의하면 해는 남성을 달은 여성을 의미한다. 거기에 일식이라는 한자의 뜻을 그대로 대입하면.......
이 영화를 보는 여성들은 두 가지 빛깔 분노를 느끼게 될 것이다. 여성을 지배하려는 남성의 원초적이고 동물적인 폭력에 대한 분노(돌로레스의 남편), 그리고 여성을 남성의 부속물에 포함시켜 계산하려는 남성 우월주의 사회의 제도적 폭력에 대한 폭력(은행의 규약). 사람마다 조금씩 다르기는 하겠지만, 동물적인 폭력은 혐오와 경멸을 낳는다. 여기서 아예 상종 못할 부류로 밀쳐 버림과 동시에 어쩔 수 없는 인간에 대한 비애를 느끼게도 된다. 그러나 이성을 가진 인간이 이기심과 영악함을 발판으로 누군가를 철저하게 지배하기 위해 만들어 놓은 제도적인 폭력을 마주하면 도발적인 분노를 일으키게 된다.
돌로레스의 딸 셀리나는 자기 생존의 방편으로 머릿속에서 억지로 지웠던 기억을 어머니와의 만남을 통해 되찾는다. 영화는 과거를 두려워하지 않고 진실을 두려워하지 않는 자만이 당당하게 자신의 모습으로 살아갈 수 있음을 가르쳐 준다. 돌로레스처럼.
이 영화는 여성의 인권을 첨예하게 드러내고 있지는 않다. 그러나 스스로 목숨을 버린 베라를 포함해서 앞의 두 가지 폭력에 노출된 여성들이 어떻게 반응하는가를 보여준다는 점에서, 여성들에게 그리고 여성을 진심으로 사랑하는 남성들에게 권하고 싶다.
<김경실 민주언론운동협의회 영화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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