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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부 특별조사단은 28일 허원근 일병이 자살했다는 조사결과를 발표했다. 그러나 사건규명의 중요한 열쇠가 될 수 있는 현장 상황에 대한 사실들은 외면해 군 수사에 대한 불신을 부채질하고 있다.
국방부는 28일 아침 10시 기자회견을 열고 “노중사는 18년 전 내무반에서 허일병을 쏘지 않았고 제3자에 의한 타살도 없었다”며 허일병이 타살됐다는 의문사위의 결론을 정면 부정했다. 의문사위는 허 일병이 새벽 2시~4시 사이 노모 중사가 오발로 쏜 총탄에 처음 맞았고 이후 아침 10시~11시 사이 폐유류고로 옮겨져 누군가가 쏜 두발의 총탄을 맞았다고 결론내린 바 있다.
국방부는 허 일병은 중대본부 옆 폐유류고에서 10시께부터 1시간에 걸쳐 자신의 M16 소총으로 양쪽가슴과 머리에 총 세 발을 쏘고 자살했다며 그 근거로 “사고 당일 오전, 중대본부 요원 및 소초원들의 알리바이가 확인됐고 일과는 정상적이었으며, 사건 당일 10시~11시 사이 모두 3발의 총성이 청취됐다”는 점을 들었다. 이어 국방부는 “의문사위가 현장검증을 조작했고 강압조사와 유도심문을 벌였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의문사위는 낮 2시 기자브리핑을 열고 “진술에 의존하지 않고 과학적으로 입증하는 데 주력하겠다는 특조단의 공언과는 달리, 이해관계자인 중대본부 요원들의 진술에만 의존해 ‘자살’이라는 과거 군 헌병대의 결론을 되풀이했다”며 “국방부 특조단의 조사결과를 신뢰할 수 없다”고 반박했다.
이어 의문사위는 국방부의 결론대로라면 풀리지 않는 근본적인 의혹점들을 조목조목 짚었다. 의문사위는 “과거 헌병대 수사기록에도 참고인들이 10시에서 11시 사이 두발의 총성을 들은 것으로 돼있는데, 국방부는 ‘확인해보니 3발이 청취된 것’이었다고 어설프게 말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사건 당시 검증조서나 수사관이 작성한 인지보고, 수사계획서 등에 모두 폐유류고 현장에서 2발의 탄피가 발견된 것으로 돼 있는데, 국방부는 다음날 찾은 탄피 1발을 실수로 그려 넣지 않은 것이었다고 한다”며 “이는 말이 안된다”고 비판했다.
이밖에도 “폐유류고 현장을 찍은 사진엔 뼈조각이나 뇌조직이 나타나있지 않아 사체 이동의 가능성을 보여주는데, 국방부는 해명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나아가 “가슴에 한발 총격을 당하면 행동력이 현저히 떨어지는데, 그런 사람이 피묻은 탄띠를 스스로 풀고 다시 총을 쏜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한편, 의문사위는 “내년 초 조사가 재개되면 국방부 특조단이 제기한 문제점까지 겸허히 수용해 허일병 사건의 실체를 재조사하겠다”고 밝혔다. 또한 “허일병 사건은 군수사제도, 검시제도, 부검문제 등을 제기하고 있는데, 군에서 발생한 의문사 사건은 군이 아닌 제3의 기관에서 객관적이고 투명하게 조사해야만 국민의 신뢰를 얻을 수 있다는 결론을 재확인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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