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현장스케치> 한여름 밤의 인권 축제
내용
"“자 시간이 되었습니다”

초등학생인 이일한 어린이는 한 달에 한번 구멍이 송송 뚫린 창문을 사이에 두고 아빠를 만나는 짧은 시간에 간수 아저씨의 입에서 나오는 이 말이 가장 싫었다고 한다. 아빠가 풀려난 요즘은 아빠와 놀려면 ‘이제는 공부하라’는 엄마의 말이 가장 듣기 싫은 말이 되었다. 그래도 아빠가 감옥에 있지 않아서 행복하다고 한다. 이일한 어린이의 제안으로 “어린이 만세”를 외치며 5백여 명이 하나되어 날린 종이 비행기는 하늘을 가득 수놓았다.

‘99 양심수가 없는 나라’ 캠페인 행사의 하나인 ’99 인권 우드스탁‘은 이렇듯 관객과 출연자의 구분이 없는 한 호흡, 한 무대를 이루었다.

 이들의 환호에 찬물을 끼얹듯 국가보안법은 어김없이 등장했다. ‘자주, 민주, 통일을 앞당기는 원터치 성냥’을 파는 소녀가 무대에 등장하자마자 갑자기 공안형사가 나타나 성냥팔이 소녀를 간첩으로 규정하고 연행한다. 그리고 ‘성냥팔이총연합회’를 이적 단체로 규정해 전국 성냥팔이 소녀에 대한 총검거령이 내려졌다. 

관객들이 분노로 술렁이는 가운데 극에 참가한 한 학생이 외친다. “이 땅과 조국을 사랑하는 것이 이적행위라면 기꺼이 죄인의 몸으로 살겠습니다” 한총련을 이적단체로 규정하고 북쪽을 적으로 규정하는 국가보안법 철폐를 주장한 그는 “여러분 같으면 북을 적으로 규정하고 과연 통일을 하고 싶으세요?”라고 묻는다. 

1천일 가까이 농성을 벌이고 있는 에바다농아학교 학생들의 수화공연을 통해 참석자들은 간단한 수화를 배우며 마음으로 오고감을 나누었다.

 양심수가 사라져 민가협이 없어질 날을 기원하며 참석자들이 ‘민가협을 해체하라’는 구호를 힘차게 외치는 가운데 양심수의 어머니들이 무대에 올랐다. 민가협의 임기란 상임대표는 “김대중 대통령이 당선되면 민가협이 동창회 정도가 되어 먹고 마시는, 딩가 딩가하는 단체가 되겠구나 반가워했지만 아무런 변화가 없다. 누가 대통령이 되어도 똑같다면 우리가 싸워 국회를 해산하고 대통령을 물러나게 하여야 한다”고 밝혔다. 

각종 인권현안들을 되새기며 참가자들이 밝힌 촛불 속에서 ‘99 인권 우드스탁은 막을 내렸다."
문서정보
문서번호 hc00004609
생산일자 1999-08-06
생산처 인권하루소식
생산자
유형 도서간행물
형태 정기간행물
분류1 인권하루소식
분류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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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류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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