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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작년 말부터 국보법 철폐를 위한 더 없이 좋은 환경이 조성되고 있는 가운데 국보법 개정논의가 정치권에서 불붙고 있다.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우리의 반 국보법 논의는 정치권의 논의 속도를 따라잡지 못하고 있다. 국보법 반대운동을 위한 광범위한 연대세력과 운동의 구심점이 생성되지 못하고 있다.
우리는 최근 또다시 우리 사회의 야만성을 드러낸 ‘색깔논쟁’에 대해서도 속수무책이었다. 민주화에 대한 우리의 오랜 소망에도 불구하고 국보법은 또다시 기만적 소폭 개정에 그칠 조짐을 분명히 보이고 있다. 우리의 출발은 이미 많이 늦어버렸다.
2. 국보법은 물론 단기적으로든 장기적으로든 철폐되어야 한다. 우리는 국보법 제7조(찬양 고무 동조 및 이적)야 말로 오랫동안 우리의 인권상황을 전근대적 수준에 묶어두고 있는 가장 대표적인 독소조항이라는 인식에서 출발하고자 한다.
다 알다시피 국보법 제7조는 항상 독재정권의 ‘내부의 적’에 대한 탄압장치였으며, 우리 국민의 의식을 심층에까지 내려가 억압하고 자기검열을 강요하는 통제장치였다. 수구세력들이 끝까지 남기고 싶어하는 조항이 바로 7조이며 유엔이 폐지할 것을 요구하는 조항이 7조이며, 국보법 구속자 중 약 93%가 7조의 적용을 받는다는 엄연한 사실을 직시한다면 우리의 국보법 반대운동은 “철폐!”가 아니라 7조 폐지에 의미를 부여하지 않을 수가 없을 것이다.
7조 폐지에 방점을 두지 않는 한 국보법 운동은 진정 국보법에 반대할 의사가 빈약한 운동이라 해야 할 것이다.
3. 우리는 이상과 같은 인식을 철저히 공유하는 광범위한 전선을 시급히 구축해야 한다고 믿는다.
즉, 국보법 폐지론자와 7조 폐지를 최소한의 내용으로 하는 개정론자가 함께 하는 연대기구의 형성, 되도록 ‘정치의 언어’를 억제하면서 철저히 ‘인권의 언어’를 가지고 각양각색의 사람들이 국보법의 벽에 함께 도전하는 참신하고도 광범위한 통일전선의 형성이 요구되고 있다.
이 광범위한 통일전선 구성을 제안하는 것은 물론 국보법 7조의 완전삭제가 결코 만만한 문제가 아니라는 현실인식에 입각하기 때문이다. 참으로 7조의 존폐를 둘러싼 싸움이야말로 진정 우리 사회가 민주사회로 가느냐 마느냐를 가르는 중대한 기로에 서있다.
1999년 9월 1일
(가칭) ‘국가보안법 반대 국민연대’ 제안단체 일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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