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독자기고> 관은 백성에게 무엇인가
내용
"우리 동네 경기도 광주에 80톤 규모의 소각장을 건설하기로 군청에서 결정하였다. 이에 6명의 주민대표가 주민들의 반대 서명을 받은 진정서를 제출하기 위해 군청을 방문한 적이 있었다. 우린 직접 군수를 만났다. 박종진 군수는 주민들이 날인한 진정서 용지들을 뒤적여 보았다. 그리고는 몹시 언짢은 듯한 어조로 때로는 격양된 어조로 사안에 대한 설명을 하였다. 군수의 핵심설명은 ‘다이옥신 피해에 대해 요즈음은 사회에서 별로 거론하고 있지 않다’는 것과 ‘주민에게는 피해가 가지 않는 완벽한 소각시설을 하겠다’는 것이었다. 

내 옆에 앉아 있던 30대 주민 한 사람이 군수의 말을 받아 말했다. “군수님, 며칠 전에도 방송에서 다이옥신 피해에 대한 보도가 있었습니다. 그리고 만일 아무 피해가 없는 시설이라면 군수님이 사시는 동네에 소각장을 설치하면 되지 않겠습니까?” 듣기에 따라서는 기분이 언짢을 수 있는 말이었다. 그러나 이러한 내용의 말은 주민들 사이에서는 자주 오갔던 말이었다. 

그런데 그 순간 군수는 얼굴표정이 무섭게 험악해지면서 큰소리로 화를 냈다. 그리고 불호령이 떨어졌다. “저런 놈은 밖으로 끌어내!” 뒤에 서있던 군청 간부들이 즉시 그를 끌어내려고 했다. 무서웠다. 군수가 주민에게 “저놈”이라니, 그리고 “밖으로 끌어내!”라니,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말이었다. 


소각장 건설 항의에 “저 놈 끌어내!”

나는 일어섰다. 그리고 군수에게 항의하였다. 어떻게 군수가 주민에게 이럴 수 있느냐고. 그때 군수는 나를 향해 반말투로 거칠게 말했다. “당신은 뭐야? 뭐하는 사람이야?”난 대답하지 않았다. “교수입니다.” 뒤에서 누군가가 크게 기세 등등한 목소리로 대답하였다. 이미 신상조사를 다 끝마쳤다는 듯이…. “교수, 교수면 다야? 똑똑이 해!” 군수는 나에게 계속 위협적으로 호통을 치고 있었다. 나도 지지 않고 대들었다. 군수는 소리쳤다. “저 두놈을 밖으로 끌어내!” 군수의 명령이 떨어지자마자 몇 사람이 내게 달려들었고 억센 손아귀가 내 혁대의 뒷부분을 낚아챘다. 결국 난 내 자리에서 방 출입구까지 질질 끌려가며 버둥대야만했다. 아무도 감히 말리는 사람이 없었다. 머리털 나고 처음 당한 일이었다. 무서웠다. 더 심한 봉변을 당할 것만 같았다.

“관은 백성에게 무엇인가?” “관은 정말 백성에게 폭력으로 위협을 주어도 되는 법적 근거를 가지고 있는 것일까?” “그리고 백성은 그럴때 어떻게 해야하는가?”

(김건환 건국대 교수)"
문서정보
문서번호 hc00004772
생산일자 1999-09-21
생산처 인권하루소식
생산자 김건환
유형 도서간행물
형태 정기간행물
분류1 인권하루소식
분류2
분류3
분류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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