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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향제도를 폐지한다는 발표가 있은 다음날.
이제는 집에서 편히 자식의 석방을 기다릴 것만 같았던 양심수의 어머니들은 이날도 어김없이 보랏빛 수건을 머리에 두른 채 탑골공원 앞으로 나왔다.
‘준법서약제도 반대’를 주제로 열린 235회 목요집회. 집회에 참석한 어머니들은 이번 전향제도의 폐지를 찬성하면서도 한편으론 또다른 전향제도로 악용될 수 있는 준법서약제도에 대한 의구심을 저버리지 않는 표정이었다.
권오헌 민가협 공동의장은 “반인권적인 제도로 지탄받았던 전향제도를 정부가 폐지하기로 한 것은 고무적인 일이나, 새로이 준법서약제도를 만들어 시행한다는 것은 다 된 밥에 재를 뿌리는 격”이라고 비난하고 “악법인 국가보안법을 인정하라는 준법서약제도는 이전의 전향제도와 다를 바 없다”고 주장했다.
사회자는 “우리는 전 노 전직 대통령과 경제를 망친 재벌인사들이 반성문을 쓰고 나왔다는 소리를 한번도 들은 적이 없다. 그런데 왜 양심수들에게만 반성을 하라는 것이냐?”며 분통을 터뜨렸다.
한 어머니도 “우리 아들이 뭘 잘못했다고 그런 반성문을 써야 하냐?”며 “오히려 이들을 수십 년 씩 가둬놓는 높은 사람들이 반성문을 써야 되는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민가협에 따르면 6월 25일 현재 양심수가 437명으로 이중 국가보안법 관련 구속자는 전체의 71.8%인 314명에 이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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