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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1일부터 근로자파견제가 합법적으로 시행에 들어감에 따라, 고용불안과 노동권 후퇴가 더욱 가속화될 전망이다.
근로자파견제는 파견업체(용역업체)가 노동자를 고용한 후, 다른 사용업체로 보내 그 회사의 지휘와 명령을 받아 근무하도록 하는 제도다. 이 제도는 80년대 불법용역의 형태로 노동시장 내에 자리잡아 오다 지난 2월 제1기 노사정위원회의 합의를 거쳐 마침내 합법적 지위를 얻게 되었다. 이 제도에 따르면 파견업체에 고용된 노동자는 임금은 파견업체에서 지급받으면서도, 실제 근무는 다른 사업장(사용업체)에서 하게 된다.
‘파견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과 그 시행령은 제조업의 직접생산공정 업무를 제외한 컴퓨터전문가, 번역가, 건물청소원, 수위, 각종 보조업무 등 총 26개 업무를 적용대상 업무로 지정하고 있다. 그러나, 노동계는 파견근로가 이들 업종 외에서도 광범위하게 진행될 것으로 예상하며 반발을 감추지 않고 있다.
현행 근로자파견제는 노동계의 반발을 의식해, 노동자의 권리를 보호하기 위한 몇 가지 보완장치를 마련하고 있기는 하다. △쟁의중인 사업장에는 대체 업무를 위해 노동자를 파견할 수 없도록 하고 △정리해고 후 2년간 파견노동자 사용을 금지했으며, △파견기간도 1년을 초과할 수 없고 △파견업체 사용업체 파견노동자 간의 합의가 있을 경우에는 1회에 한하여 1년의 범위 안에서 기간을 연장할 수 있도록 했다. 만약 2년을 넘게 되면 사용업체가 파견노동자를 고용한 것으로 보게 된다. 또 파견업체의 허가요건을 1억원 이상의 자본금을 갖추고 고용보험 등 4개보험에 가입한 5인 이상 사업장으로 제한하고 있다.
정규직 비정규직 양극화
그러나 이러한 제도적 장치에도 불구하고 노동자들의 권리를 보호하기에는 많은 문제점이 있는 것으로 지적된다. 우선 현재 26개로 적용업무를 제한하기는 했으나, 출산 질병 부상 등으로 결원이 생긴 경우나 파견노동인력을 필요로 하는 경우에는 적용대상 업무 외에도 파견노동자를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예외규정을 둠으로써 어떤 형태로든 대부분의 업종에서 파견노동이 가능하도록 했다.
또한 노조의 동의를 얻은 경우 정리해고 후 6개월 후부터 파견노동자를 사용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노조가 없는 대부분의 사업장에서 파견근로를 통한 정규직 대체가 공공연하게 이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노동계의 반발을 의식해 마련한 각종 제한조치조차 언제 사라질지 모를 위험에 놓여 있다는 점도 노동계를 불안케 하는 요소다. 이미 수십년 전에 근로자파견제를 법제화한 서구의 경우, 점차 각종 제한조치들이 사라지고 있는 추세다.
보다 근본적인 문제는 근로자파견제 자체가 노동자들의 권리를 크게 위협하는 고용형태라는 점이다. 근로자파견제는 우선 파견노동자에 대한 이중착취를 합법화한다는 비난을 사고 있다. 파견노동자는 파견업체의 관리비와 이윤을 제외한 나머지를 임금으로 지급받게 되므로, 정규직 노동자 임금의 평균 70-80%에도 못 미치는 임금을 받을 수밖에 없다. 또한 파견노동자들은 각 사용업체로 흩어져 있어 노조를 결성하고 활동을 전개하기가 어려운 것이다. 이러한 악조건에도 불구하고 만일 이들이 노동조합을 통해 임금이나 노동시간 등 각종 노동조건을 개선하고자 할 경우엔, 조합활동을 이유로 파견업체에서 해고되거나 사용업체와의 계약이 갱신되지 않을 가능성도 커지게 된다. 또 현재 50만명에 이를 것으로 추산되는 파견노동자가 급증하게 되면 정규직 노동자의 고용불안이 심화되고, 이로 인해 노동조합의 무력화와 노동조건의 악화도 초래될 것으로 예상된다.
한울노동상담소 소장 하종강 씨는 경비 절감과 노조 무력화를 목적으로 한 파견노동이 더욱 확산될 것으로 내다보면서, “파견노동자뿐만 아니라 기존 정규직 노동자들의 권리를 지켜내기 위해서는 각종 편법을 동원한 불법적인 파견노동이 판치지 않도록 감시작업을 계속 해나가야 하며, 파견노동자들을 기존 노조의 틀 안으로 끌어들여 노동자들의 힘을 결집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소수의 정규직 노동자와 다수의 비정규직 노동자로 노동시장을 양극화하면서 노동권을 크게 후퇴시킬 근로자파견제로부터 노동자들의 생존권과 단결권을 지켜내는 것은 노동자들이 안고 있는 또 하나의 숙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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