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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단학살과 전쟁범죄, 반인도적 범죄' 등 중대한 인권침해 행위를 재판하는 국제형사재판소(법원)가 명실상부한 국제 인권기구로서 활동할 수 있게 됐다. 최근 몽고, 아일랜드 등 10개국이 국제형사재판소 설립안을 비준한 것을 비롯해 총 66개국이 유엔에 비준서를 제출함에 따라, 오는 7월부터 국제형사재판소에 관한 규정이 공식적으로 발효되기 때문이다.
국제형사재판소는 잔혹한 20세기의 경험으로부터 인류가 건져 낸 소중한 결실이다. 집단학살, 조직적 강간, 노예화, 고문 등 중대한 범죄행위들을 뼈저리게 반성하고, 그러한 인권침해 행위들이 두 번 다시 인류 역사에 되풀이되지 않도록 하겠다는 단호한 의지를 드러낸 것이다.
그런데 한국 정부는 여태껏 국제형사재판소 가입을 주저하고 있다. 2000년 3월 재판소 설립규정에 서명을 하고도 아직까지 국회에 비준안을 제출하지 않고 있다. 그 주요한 이유는 재판소 설립규정이 일부 국내법과 충돌한다는 것 때문인데, 그 중 하나가 바로 국내법의 공소시효제도다. 국제형사재판소의 대상범죄들은 공통적으로 시효의 적용을 안 받지만, 현행 국내법은 모든 범죄에 공소시효를 두고 있는 것이다.
우리는 공소시효를 금과옥조처럼 여기는 정부의 고집을 납득할 수 없다. 공소시효는 침범할 수 없는 성역이 아니다. 공소시효란 증거가 사라짐에 따른 재판의 어려움과 도피중의 범인이 느꼈을 고통, 사회구성원 사이에서 단죄 의지가 상실된다는 점 등을 고려한 제도적 '관용'일 따름이다. 범죄의 유형과 양태에 따라서는 시효를 불문하고 단죄되어야 할 중대한 사안들이 존재하며, 이를 제도적으로 수용하는 것은 정부가 취해야 할 마땅한 처사다. 정부는 언제까지 공소시효제도를 고집하며 인권 후진국을 자처할 셈인가! 이 점에 있어 우리는 '공소시효배제 특별법'의 제정을 강력히 촉구한다.
국제형사재판소 가입은 국내에서 발생한 중대한 인권침해 행위뿐 아니라, 국제적 범죄 행위에 대해서도 공동의 책임을 지겠다는 선언이다. 정부는 과거에 발생한 중대한 인권침해 행위의 책임자들을 시효 없이 처벌함과 동시에, 국제형사재판소에 가입함으로써 미래에는 더 이상 반인도적 범죄가 이 사회에 발붙이지 못하도록 굳건한 의지를 보여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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