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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은 국회의 졸속입법에 반대하는 시위대와 이를 저지하려는 전투경찰의 행렬로 계속 어수선한 분위기였다.
오전 10시경 한국은행 소속 노동자들이 금융개혁법 처리를 반대하며 국회 진출을 시도한 데 이어, 낮 12시부터는 증권감독원, 보험감독원 소속 조합원들이 신한국당사 앞에서 집회를 개최했다. 또한 같은 시각 길 건너편에선 시민 사회단체 회원 40여 명이 모여 전자주민카드 도입과 형사소송법 개악 저지를 위한 시위를 갖기도 했다. 정권교체기를 틈타 각종 인권관련 악법이 무더기로 처리되는 것을 저지하기 위한 몸짓이었다.
이에 대해 당국은 전투경찰 십여 개 중대를 투입해 국회정문에서부터 3중4중의 차단막을 설치하는 것으로 대응했으며, 심지어 국회도서관을 이용하려는 일반인들의 출입마저도 통제해 버렸다. 그러나 문제는 당국의 물리적인 차단에 앞서, 이미 국회 스스로가 국민에게서 떠나버렸다는 점이다.
국민인권을 좌지우지하는 전자주민카드와 형사소송법을 최소한의 여론수렴절차도 거치지 않고 처리해버릴 발상이 어디서 나오는지, 그들은 이미 민의의 대표자라는 허울을 벗어버린지 오래였다. 국민소환 및 탄핵이 실질적으로 불가능한 우리 현실을 십분 비웃듯 이날 국회는 또하나의 죄악을 저질렀다. 시위대가 떠난 뒤 불과 수시간만에 주민등록법 개정안을 보란 듯이 통과시킨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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