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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이 영장실질심사제도 축소에 앞장서 피의자 인권을 후퇴시키더니, 이번엔 경찰이 변호인 접견권을 거부하는 등 수사기관의 횡포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22일 서울 관악경찰서는 이날 새벽 연행된 서울대 정병도(총학생회장 당선자) 씨와 배병화(부총학생회장 당선자) 씨 등의 변호인 접견을 거부해 말썽을 빚고 있다.
김도형 변호사는 이날 오후 6시경 관악경찰서를 방문, 연행된 서울대생과의 접견을 요구했지만, 경찰서측은 변호인 선임계를 요구하며 접견을 불허했다. 이에 김 변호사가 피의자 면접권을 설명하며 재차 접견을 요구했으나, 경찰은 “검사의 지휘를 받아야 한다. 수사가 끝나지 않았다”는 이유로 접견을 거부했다.
김 변호사는 “변호인 접견권은 헌법이 보장하는 권리”라며 “경찰의 불법행위에 대한 손해배상청구와 직권남용죄 고발 등 법적조치를 취할 수 밖에 없다”고 밝혔다. 비슷한 사례로 지난 91년 남영동 대공분실에서 접견을 거부당했던 김한주 변호사는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제기, 2백만원의 배상금을 받은 바 있다.
법원 “수사기관 접견 불허는 위법”
이번 사건은 법률이 보장하는 피의자의 변호인접견권을 경찰이 임의로 침해했다는 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헌법에서는 “누구든지 체포 또는 구속을 당한 때에는 즉시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를 가진다”(제12조 4항)고 규정하고 있으며, 형사소송법에서도 “변호인 또는 변호인이 되려는 자는 신체구속을 당한 피고인 또는 피의자와 접견하고 서류 또는 물건을 접수할 수 있으며 의사로 하여금 진료하게 할 수 있다”(제34조)는 규정을 통해 이를 보장하고 있다.
법원 역시 피의자 접견권을 보장하는 판례를 남기고 있다. 96년 6월 대법원 형사2부(주심 박준서 대법관)는 “피의자 접견권은 인권보장을 위한 필수적 권리”라며 “법령의 제한없이는 수사기관의 처분으로 피의자의 변호인 접견을 제한해서는 안된다”고 판결했다.
또한 95년 12월 서울지법 유원석 판사와 96년 2월 서울지법 정해창 판사는 각각 박충렬, 남한사회주의노동자동맹(사노맹) 사건과 관련해 “수사기관의 접견불허 처분은 불법”이라는 결정을 내린 바 있다.
최근 영장실질심사제도의 축소로 피의자에 대한 인권보호막은 한층 엷어졌으며, 이에 따라 수사초기 단계의 변호인 접견은 그 중요성이 더욱 강조되고 있다. 관악경찰서 변호인 접견거부행위를 계기로 수사기관의 각성이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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