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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민정부는 인권증진을 위한 굳은 의지를 가지고 있으며, 의지가 정책에 반영되어 법률적, 제도적으로 인권을 보장하게 되었다. 사회권조약(경제 사회 문화적 권리에 관한 국제조약)을 비준함으로써 국내법과 동일한 효력을 가진다. 따라서 신법 우선의 원칙에 따라 조약에 위반되는 국내법은 무효이며, 조약에 위배되는 국내법은 있을 수 없다”
95년 5월 제네바에서 열린 제12차 유엔 사회권위원회, 최초 정부보고서 심의자리에서 허승 주제네바 대사가 한 말이다.(95.5.17 인권하루소식)
위의 말대로 정부는 95년 1월 고문방지조약에 가입하면서도 인권증진의 한 방편으로 이 조약에 가입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정부는 ‘가입’을 통한 대내외적 효과에만 신경을 쏟았을 뿐, 국제인권조약 가입을 통한 국내 인권상황 개선엔 관심이 없었다.
우리사회의 인권상황을 평가할 때 그 방법의 하나는 우리의 법 제도를 국제인권기준과 비교하는 것이다. 이 점에서 정부는 대부분 국제인권조약에 가입을 했을 뿐, 그에 따른 국내법 개정 노력은 등한시해 왔다고 할 수 있다. 게다가 ILO조약 중 비준국수가 1백개 이상되어 ‘노동인권조약’이라고 까지 불리는 87호(결사의 자유 및 단결권 보호 조약), 98호(단결권 및 단체교섭권 조약) 105호(강제노동폐지 조약) 조약등의 비준을 미루고 있다는 사실 자체가 그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노동인권조약 비준 외면
96년 국정감사 기간(외무통일위 자료)에 보고된 바에 따르면, 정부는 95년 5월의 유엔 사회권위원회의 권고사항(노조결성 및 파업권 관련 법규개정 필요, 외국인근로자에 대한 균등대우 및 차별시정등) 후속조치로 “96년 5월 대통령 직속 자문기구인 ‘노사관계 개혁위원회’를 발족, 노 사 양측은 물론 국민적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고, 국제노동기준에 부합할 수 있는 개혁조치를 마련중”이라고 밝혔다. 외국인근로자의 대우 문제에 대해 “적법한 외국인 근로자의 경우, 국내 근로자와 동일한 법적보호를 향유하며, 산업기술연수생은 강제노동금지, 최저임금 보장 등 필요한 보호조치를 실시하고 있다”고 답변했다.
그러나 노사개혁위원회가 중심이된 ‘국제노동기준에 맞춘 개혁조치’가 지난해 12월26일 노동법 날치기 개악으로 이어진 데서 보듯이 정부에게 인권신장을 위한 후속조치를 기대하기란 어려운 일이다.
국내 민간단체의 활약
반면 민간단체의 유엔 인권위 등 국제무대에서의 활동과 이를 통한 국내인권개선의 노력은 높이 평가된다.
93년 6월 오스트리아 비엔나에서 열린 세계인권대회를 기점으로 국내 13개 단체들은 「유엔 세계인권대회를 위한 민간단체공동대책위원회」(‘한국인권단체협의회’의 모태)를 구성, 국제무대에 첫발을 내딛는다. 특히 세계인권대회는 68년 테헤란대회 이후 25년만에 열린 것으로, 냉전시대 종식이후 새로운 국제질서 속에서 인권문제를 논의하는 소중한 장이었으며, 인권운동에 있어 새로운 시각을 갖게한 계기가 되었다.
94년 50차 유엔 인권위원회 참가를 비롯해, 그해 6월 A규약 민간보고서 제출, 아동권리조약(95년 7월) 고문방지조약(96년 11월)에 대한 민간보고서 제출…. 민간단체들은 국제사회에서 정부의 활동을 감시하는 것은 물론, 한국의 인권상황을 알려냄으로써 ‘문민정부’의 반인권성을 알려내는 역할을 해냈으며, 이에따른 국제인권단체의 정부에 대한 압력은 다시 국내 인권운동에 신선한 자극이 되어 돌아왔다. 96년 3월 제52차 유엔 인권위에서 여성폭력문제 특별보고관 쿠마라스와미 씨의 일본군 위안부에 관한 보고서 채택은 그간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를 중심으로한 민간단체의 활약이 거둔 커다란 성과이다.
아울러 95년 3월 코펜하겐 사회개발정상회의, 95년 9월 북경 세계여성대회, 96년 6월 이스탄불 세계주거회의 등을 통해 국제연대의 장을 넓혀 나갔다. 또 유엔 인권위 제소등 국제인권기구에 국내 인권침해에 대한 구제를 요청하는 활동도 이어졌다. 92년 7월 손종규 씨가 제3자 개입금지 조항을 유엔 인권위에 제소했으며, 92년 8월 전노협 및 93년 10월 전노대가 노동관계법 개정안과 관련해, 95년 12월 민주노총이 민주노총설립신고서 반려에 대해 ILO에 제소하기도 했다.
국제인권기구 권고에 정부 무반응인권피해자 및 인권단체들의 제소와 더불어 국제인권기구의 권고도 줄을 잇고 있다.
92년 7월 유엔 인권이사회, 국가보안법 철폐 권고
93년 ILO 결사의 자유위원회, 제3자 개입금지조항 철폐 권고
93년 4월 유엔인권위 ‘자의적 구금에 관한 실무그룹’ 장의균 김성만 황대권 씨의 구금을 ‘불법구금’으로 결정
94년 9월 유엔인권위 ‘자의적 구금에 관한 실무그룹’ 이근희 최진섭 황석영 씨 등의 구금을 ‘불법구금’으로 결정
96년 6월 ILO 집행이사회, 제3자 개입금지조항 철폐 및 민주노총 전교조등 합법화 등 권고
96년 11월 유엔 고문방지위원회 정부최초 보고서 심의결과, 수사기관 종사자 및 의료인에 대한 고문방지교육 실시와 피의자 심문시 변호인 참여권 보장 등 권고
이렇듯 계속되는 권고에 대해, 정부는 ‘분단국가의 특수한 상황’ ‘공공질서와 국가안보’ 등을 내세우며 그 이행을 미루고 있다. 권고를 현실화시켜 우리의 제도와 법을 국제인권기준에 맞게 끌어올리기 위해 민간단체의 ‘감시와 땀’이 더욱 필요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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