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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일 한국전쟁의 와중에 억울하게 희생당한 원혼들을 위안하는 위령제가 충남 영동군 황간면에 자리잡은 ‘노근리’라는 작은 마을에서 치러졌다. 며칠동안 계속된 그 참혹했던 학살이 자행된 지 48년째 되던 날, 바로 그 학살의 현장에서 마련된 위령제였다.
지난 50년 7월 25일부터 29일, 닷새에 걸쳐 노근리에서는 미군이 피난길에 오른 무고한 양민을 대량학살하는 참혹한 사건이 발생했다. 희생자 유가족들로 구성된 「노근리 미군 양민학살사건 대책위원회」(대책위)의 위원장 정은용 씨는 “그동안 진상규명과 배상을 위해 숱한 노력을 기울여왔지만 아직도 진실을 밝히지 못해 희생당한 분들에게 죄송한 마음을 금할 길 없어 이번 위령제를 마련했다”며 “미국과 한국정부의 책임있는 해결노력을 촉구하기 위한 상징적인 의미도 담겨있다”고 밝혔다.
대책위가 조사한 바에 따르면, 98년 2월 현재 당시 학살로 인해 사망한 것으로 확인된 사람만 해도 132명에 달한다. 호적신고가 되어있지 않았던 어린아이들과 일가족이 몰살된 경우까지 따지면 희생자는 적어도 3백여명에 달할 것으로 대책위는 추정하고 있다. 그러나 아직까지도 대량학살이 자행된 원인은 규명되지 않고 있다. 다만 △당시 미군측에 “의심가는 피난민은 무조건 살상하라”는 방침이 내려져 있었다 △인민군에 의해 밀려 퇴주하던 미군이 이성을 잃고 복수심으로 무차별 살상을 자행했다는 등 추측만 무성할 뿐이다.
노근리 양민학살사건의 진상규명작업은 94년부터 본격화되기 시작했다. 당시 미군에 의해 어린 아들과 딸을 비롯, 일가친척 수십명을 동시에 잃은 정 위원장은 그해 대책위를 결성, 한 미 양국 대통령 앞으로 진정서를 보내기도 했으며, 97년 8월에는 청주지검에 국가를 상대로 ‘손해 상해배상 신청서’를 제출하기도 했으나 기각판결을 받았다. 기각 사유는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는 시효가 지났을 뿐만 아니라 전투중에 발생한 사고로 배상을 요구할 수는 없다는 것이었다. 정 위원장은 같은 해 12월 다시 재심을 청구했으나 또다시 기각당했다.
그러나 정 위원장은 “학살이 자행된 당시는 인민군과 미군의 교전이 없던 상황이었으므로 전투중에 발생한 우발적인 사고가 아니라 의도적으로 자행된 잔혹한 전쟁범죄임에 틀림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또 “종군위안부에 대한 배상도 이루어지고 있는데, 명백한 전쟁범죄인 이 사건에 대해서만 시효가 지났다는 이유로 배상이 이루어질 수 없다고 하는 것은 말도 되지 않는다”며 정부측의 무책임한 자세를 비판했다. 이에 정 위원장은 헌법소원과 함께 유엔인권위원회에 미국을 제소하는 방안을 검토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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