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그리움 깊어도 양심은 지키고파
내용
"8 15 사면을 앞두고 각계 각층의 양심수 석방 요구가 뜨겁고 준법서약제를 둘러싼 논쟁이 치열한 가운데, 30일 239회째를 맞은 민가협 목요집회는 최근 양심수들과 가족들의 심경을 담은 간절한 편지들을 소개했다. 

15척 담장을 사이에 두고 오고간 편지에는 양심수와 그 가족들이 겪어야만 하는 고통과 한숨, 가슴속 깊이 품고 있는 희망 등 애절한 사연들이 고스란히 묻어나왔다. 

92년 국가보안법 위반(‘민애전’ 사건)으로 구속돼 10년형을 선고받고 7년째 수감중인 변의숙 씨는 어머니 여윤옥 씨에게 보낸 편지에서 자식으로서의 죄송한 마음과 준법서약서에 대한 입장을 드러냈다. 

변 씨는 편지에서 “어머님은 비가 오는 날이면 우산을 잊고 학교에 간 어린 딸을 위해 농사일만으로도 피곤하신 몸을 이끌고 10리 길을 마다 않고 마중 나와 주셨습니다. 그런데 아직도 어머니의 마중은 끝나지 않았네요. 어머님은 이제 징역 사는 늙은 딸을 찾아 꼬박꼬박 교도소로 마중을 나오십니다. 이제는 제가 교도소 밖으로 걸어나가 어머님을 마중하고 싶습니다”라며 가족과 자유를 되찾고 싶은 심경을 전했다. 그러나 변 씨는 “준법서약서에 대한 저의 입장 때문에 혹 어머님 마음이 상하지 않으셨을까 걱정이 됩니다. 하지만 어머니! 저는 부끄러운 걸음으로는 어머님을 마중 나가고 싶지 않습니다”라며 준법서약을 거부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같은 해 국가보안법 위반(방북 혐의)으로 구속된 시인 박영희 씨. 딸아이의 잠든 모습을 밤새 지켜보고 싶은 게 소원이라는 그는 “단 하루라도 좋으니 조각난 달이 아니라 온 달을 볼 수 있었으면…단 하루라도 좋으니 아침에 잠에서 깼을 때 옆에 누군가가 있어 주었으면…단 하루라도 좋으니 검열없는 편지 한통 써 봤으면…”이라며 갇힌 자의 외로움과 자유에 대한 그리움을 표현했다.

딸 명지를 낳은 지 3일만에 남편 장창호 씨(‘남한조선노동당’ 사건)와 이별하게 된 차정원 씨는 “준법서약서라니, 죄도 없는 양심수에게 이게 무슨 날벼락이란 말입니까? 당신이 부디 아무런 조건없이 석방될 수 있기를 기원합니다”라며 이중으로 양심을 구속하는 준법서약제를 비판했다. 

한편, 이날 오전에는 홍근수 목사를 비롯한 재야원로 49명으로 구성된「양심수 석방을 위한 공동대책위」가 기자회견을 갖고 △455명의 양심수 전원 석방 △준법서약제 철회 △정치적 수배자에 대한 수배 해제 △반민주악법 폐지 등을 촉구했다. 불교인권위원회도 29일 조계사 대웅전에서 대법회를 갖고 양심수 전원석방을 기원했다."
문서정보
문서번호 hc00005110
생산일자 1998-07-30
생산처 인권하루소식
생산자
유형 도서간행물
형태 정기간행물
분류1 인권하루소식
분류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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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류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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