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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년만의 정권교체로 등장한 김대중 정권은 해묵은 과거청산 문제의 매듭을 제대로 풀 수 있을까?
최근 여야 정치인들이 ‘민족민주열사 명예회복과 의문의 죽음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법’ 제정에 긍정적 자세를 보이고 나서면서 과거청산 문제가 또다시 관심사로 등장하고 있다.
이와관련, 1일 「민족민주열사 명예회복과 의문사 진상규명을 위한 범국민추진위원회」(상임대표 이창복, 문정현, 김상근 등)가 주최한 학술회의는 과거청산 문제를 바라보는 정치권과 시민 사회계의 시각을 들여다 볼 수 있는 좋은 자리였다.
“현 정부, 과거청산 어렵다”
과거청산 문제와 관련해 우선 제기되는 것은 과거청산운동의 주체와 역량의 문제였다. 발제를 맡은 이창수 한국국제문제연구소 대표는 “피해자들의 정치적 세력화 없이 과거청산 문제의 해결은 어렵다”며 “우리사회의 과거청산운동은 정치권에 대한 요구수준을 벗어나 새로운 정치세력화의 과정에서 해결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 대표는 “우리나라의 과거청산 문제는 자칫 가해자 처벌과 진상조사는 뒤로 한 채 피해자 또는 희생자들의 명예회복과 배상의 문제로 흐르기 쉽다”고 경계했다.
비슷한 입장에서 박래군 인권운동사랑방 사무국장은 “현실에서 피해자의 정치세력화는 요원하다”며 “책임자 처벌은 물론, 진실규명조차도 현 정치세력의 역관계 상에선 어려울 것 같다”고 전망했다. 박 국장은 또 “과거청산이 미래창조”라는 설득력 있는 논리개발이 필요함을 주장했다.
민주노총 허영구 부위원장의 입장은 더욱 강경했다. 그는 “현 정부에서는 ‘과거와 지금은 다르다’고 할 만한 게 아무 것도 없다”며 “개혁의 대상들이 줄줄이 여당으로 가는 상황에서 ‘가장 성스러운 개혁’이라 할 과거청산을 현 정부가 담당한다는 것은 자칫 과거정권과의 차별화 도구로 이용하며 과거청산을 유명무실화시킬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허 부위원장은 따라서 “장기적인 투쟁 목표 속에 과거청산 문제에 접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민 뒷받침 해줘야”
반면, 토론자로 나온 천정배 의원(국민회의)은 “책임자 처벌은 상대적으로 한계가 있겠지만, 현 정부는 과거청산의 의지가 있고 해결될 개연성도 높아졌다”고 주장했다. 천 의원은 “무엇보다도 개혁주체의 형성이 필요하다”며 “국민의 뒷받침”을 호소했다.
곽노현 방송대 교수(법학과)는 “정치적으로 어디까지 가능할 것인지 의문”이라며 “과거청산의 문제를 역사적 관점과 인권피해적 관점에서 분리해 생각해 볼 것”을 제안했다. 곽 교수는 “다소 협소하지만 인권피해적 차원에서 어느 정도 해결을 본 뒤, 적극적 의미의 해결은 역사적 과제로서 남겨둘 것”을 주장했다. 조용환 변호사는 “진실규명의 문제를 최우선으로 하고 그 다음단계로 나갈 것”을 제안하는 한편, “과거청산운동은 이데올로기적 대립을 해소하는 방향으로 추진되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날 토론에서 결론과 합의는 도출되지 않았지만, 과거청산이 전국민적 관심 속에서 일정한 세력을 가지고 진행될 때 올바로 해결될 것이라는 데 상당부분 공감대가 모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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