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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규현 신부의 구속을 불러온 천주교사제단의 방북활동과 관련,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은 31일 가진 기자회견을 통해 “사제단의 활동은 결코 방북목적에 어긋나지 않은 사목 활동 중심이었으며, 부득이한 판문점 8 15 행사 참여조차도 방북목적의 실현을 위한 과정이었다”고 밝혔다.
사제단은 “안기부가 서울-북경, 평양-북경간의 통신을 도청해 이미 자료를 입수하고 있었고, 문 신부가 수사상 협조를 위하여 제출한 통신자료를 증거 삼아 구속의 빌미로 악용했다”며 “사실의 왜곡와 엄청난 음해가 진행되고 있음을 확신한다”고 주장했다.
사제단은 또 “정보기관에 의해 대북통일정책이 기묘히 훼손되고 방해받고 있으며 국가안전기획부는 온전한 정권교체의 실현을 가로막고 있는 실체임을 고발한다”고 밝히면서 안기부장의 해임과 96년 개정 안기부법에 의한 안기부 수사권의 철회를 촉구했다.
문제가 되고 있는 8 15 통일대축전 당시 문규현 신부(정확하게는 사제단 명의)의 연설 전문을 소개한다<편집자주>.
1. 겨레의 하나됨과 민족 통일에 대한 열망으로 분단의 현장 판문각을 가득 매우신 사랑하는 형제 자매 여러분 안녕하셨습니까?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의 공동대표를 맡고 있는 문규현 바오로 신부입니다.
2. 지난 89년 평양에 임수경 수산나 양을 보살펴 인도하라는 정의구현사제단의 파견을 받아 이곳에 왔던지 벌써 9년 세월이 흘렀습니다. 2천 5백만 동포 형제 자매들이 눈물로 흔들어 주던 손수건을 뒤로 하고 군사분계선을 울면서 울면서도 기도하며 넘어갔던 그날 이후, 다시는 생전에 볼 수 없을 것만 같았던 고난의 세월 끝에 또다시 사랑하는 여러분을 뵙게 되니 참으로 영광스럽고 감격스러우며 은혜와 기쁨이 가득합니다.
3. 저희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은 조선천주교인협회 장재철 사무엘 위원장님의 초청을 받고 지금 평양에 와 있습니다. 금년은 평양에 장충 성당이 건립된 지, 만 10년을 맞게 되어 10주년 기념미사를 봉헌하고자 저희들을 초청하여 함세웅 신부님을 비롯한 9명의 사제들이 방북하게 되었습니다.
4. 우리가 대축전 개막식을 갖는 바로 지금 이 시간 평양 장충성당 10주년 기념과 더불어 민족의 화해와 통일을 기원하는 미사가 봉헌되고 있습니다. 사제단 신부님들은 여러분의 통일대축전에 축하의 인사와 메시지를 전하도록 저를 파견하셨기에 이 판문점을 찾게 되었습니다. ‘한민족의 꿈, 통일을 이룹시다!’
5. 사랑하는 형제 자매 여러분!
저는 오늘 이 자리에 서는 순간 다시한번 우리 민족의 통일의지를 확인할 수 있게 되어 ‘통일만이 민족의 살길’로 여겨 왔던 저의 삶이 참이요, 정의임을 확신케 됩니다. 우리의 이 열정이 식지 않는 한 통일은 다가오고 있다는 것을 굳게 믿고 다짐해야겠습니다.
6. 동시에 저는 마음 한편의 슬픔과 아쉬움도 큽니다. 그것은 금년에도 여전히 남북 공동 개최의 꿈은 무산되고 예전의 모습에서 성장하지 못한 채로 열리고 있다는 사실 때문입니다. 사실 저는 지난 월 일 북측의 공동개최 제의에 대하여 남측이 수용의사를 밝힐 때만 해도 통일 운동으로 옥고를 치르며 고난의 길을 걸어왔던 이들과 함께 이제는 새로운 통일의 국면을 맞는구나 행각했습니다. 그러나 결국 설레임은 무산되었습니다. 저는 남과 북, 북과 남의 당국자들이 ‘왜 남북의 화해를 갈망하는 민중들의 열망을 우선하지 않는가?’ 원망스럽습니다. 99년 20세기 마지막해에는 반드시 공동개최와 통일을 실현토록 간절히 소망합니다.
7. 끝으로 저를 이곳에 보내신 천주교 정의구현 전국 사제단의 메시지를 전하고자 합니다. 민족의 화해와 통일을 염원하는 천주교 정의구현 전국 사제단은 남북, 북남 양국 정부에 대하여 상호 존중과 인정의 자세로 대화와 협력의 자리에 나설 것을 촉구합니다. 또한 7.4 공동성명의 정신과 남북기본합의서를 철저히 실천해 나가기를 바라며 사제단은 이를 위해 남북의 모든 종교인들과 협력해 나갈 것입니다.
8. 우리 정의구현사제단과 교우들은 지난 10년 동안 우리 민족의 통일을 기원하면서 ‘겨레의 하나됨을 위한 기도’를 바쳐왔습니다. 이 자리에서도 통일을 갈망하는 마음을 기도로 바치고자 합니다.
일치의 하느님,
분단체제에 안주해온 지난날들을 깊이 뉘우치며
분단 반세기가 넘도록 억압과 좌절을 살아온
천만 이산가족의 아픔을, 7천만 한겨레의 한맺힌 아픔을
저희의 아픔으로 삼게 하소서.
믿음과 희망과 사랑의 하느님
겨레의 사랑이 곧 하느님 사랑이며, 인류의 사랑임을 알게 하시고
겨레의 일치와 하나된 조국을 확신케 하소서.
불신의 우상을 부수고 겨레의 일치와 하나된 조국을 확신케 하소서.
맺히고 꼬인 것을 풀어 평화를 이루는 도구되게 하소서. 아멘.
9. 애국동포 형제 자매 여러분!
여러분의 통일을 향한 뜨거운 가슴 활화산처럼 타올라 분단의 어둠을 밝히고 통일의 햇새벽을 가져오도록 우리 사제들은 끊임없이 기도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1998. 8. 15
천주교 정의구현 전국 사제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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