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내가 본 인권선언 - 김종서(배제대 교수)
내용
"재산권의 보장에 대한 태도는 인권선언과 인권에 관한 국제조약이 서로 다르며, 한 사회가 채택한 체제에 따라서도 달라진다. 여기서 재산권의 두 가지 범주를 생각할 수 있다. 즉 체제나 실정법질서 여하에 관계없이 보장되는 (생래적) 인권으로서의 재산권과 실정법에 의해 창설된(따라서 보호되는) 재산권이 그것이다. 

인권으로서의 재산권이란 첫째,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유지하면서 살아나가는 데 필요한 최소한의 조건이 되고, 둘째 그 권리의 보장 자체만으로는 타인의 자유와 권리에 어떠한 피해나 부담도 야기하지 않는다는, 모든 인권에 보편적인 본질이나 속성을 가진 재산권이다.

이런 의미에서 본다면 생산수단의 사적 소유의 보장은 이미 많은 사람들의 생존권을 오로지 소유자의 의사에 좌우되게 한다는 점에서, 그렇다고 생산수단의 사적 소유가 그 소유자의 존엄과 가치 유지를 위하여 필수불가결한 것이라고 볼 수도 없다는 점에서, 이를 인권이라 부르기는 어렵다. 즉 생산수단에 대한 사적 소유의 보편성은 부정되며 그것은 오로지 실정법질서에 의해 창설된 것일 따름이다.

반면 최소한의 재산권은 인간의 존엄과 가치의 유지를 위해서 필수적이라는 점에서 생산수단 이외의 부분에 대한 재산권은 일반적으로 인권으로 보장된다. 그러나 이 경우에도 재산권의 형성과정 자체가 타인의 자유와 권리에 어떤 피해도 야기하지 않았을 경우에 한하여 인권으로서 보장된다고 해야 할 것이다. 일반인의 획득 기회를 차단한 상태에서 형성된 재산, 불법적이고 부정한 수단에 의하여 획득된 재산, 모든 이의 생존을 희생한 대가로 특정인(집단)에게 귀속된 재산, 이러한 재산이 인권의 이름으로 보장될 수는 없으며 오로지 실정법이 부여하는 한도 내에서, 그것도 인권의 정신을 해치지 않는 범위 내에서만 보장될 수 있을 뿐이다. 나아가 재산의 사용 수익 처분이 타인의 자유와 권리에 피해를 야기할 경우 이 역시 인권의 이름으로 보장될 수는 없을 것이다.

따라서 재산권 보장에 관한 국가의 의무는 무조건 그것을 최대한 보장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특정 재산권의 형성이나 행사가 인권의 본질을 침해하는 경우에 적극적으로 이를 지양하는 것이라고 할 것이다. 그렇다면, 친일매국의 대가로 취득된 재산에 대한 상속권 주장이나, 정경유착을 통하여 형성된 대재벌의 구조조정에 대한 저항, 부정한 재산이나 부정한 정보를 이용한 부동산 투기, 이런 것들은 인권의 이름으로 보장될 수 없는 것이며, 오히려 국가는 이러한 반인권적 재산상태를 적극적으로 교정할 의무를 지게 된다."
문서정보
문서번호 hc00005241
생산일자 1998-12-03
생산처 인권하루소식
생산자 김종서
유형 도서간행물
형태 정기간행물
분류1 인권하루소식
분류2
분류3
분류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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