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보랏빛수건, 다시 거리로
내용
"환영과 축제 분위기 속에 마침표를 찍을 것으로 기대됐던 민가협 목요집회가 앞으로도 기약없이 계속될 전망이다.

8 15특사 이후 처음 열린 20일 목요집회에선 사면에서 제외된 양심수와 그 가족들의 사연이 소개됐다. 

준법서약을 거부해 사면에서 제외된 강용주(구미유학생 사건, 14년째 구금) 씨는 15일자로 어머니에게 보낸 편지를 통해 “서약서를 쓰면 나갈 수 있고 어머니 고통도 끝날 수 있을 텐데 도무지 그것을 할 수가 없었다”며 “그것은 양심의 자유를 침해당할 수 없다는 생각 때문이었다”고 밝혔다. 

강 씨는 또 “서약서 쓰기를 강요하면서 그것을 거부하면 사면에서 제외할 수밖에 없다고 하고 그러면서 양심의 자유는 전면적으로 보장되었다고 떠드는 무지하고 야만스런 사회, 양심의 자유는 보장하지만 서약서는 써야 한다는 말이 얼마나 형용모순을 지니고 있는지 깨닫지 못하는 천박함이 횡행하는 땅에서 제가 있어야 할 곳은 십오척 담 안일 수 밖에 없는 듯하다”고 말했다. 

특히 정부의 약속과 달리 준법서약을 하고도 석방되지 못한 안재구(구국전위 사건, 무기에서 20년형으로 감형) 씨의 가족은 배신감에 치를 떨었다. 안 씨의 아들 영민 씨는 “아흔이 다된 할아버지가 중풍으로 정신이 혼미하고 옥바라지에 어머니마저 몸을 못 가누고 있기 때문에 아버지를 설득하기로 했으며, 쓰면 내보내 준다는 정부의 약속을 철썩같이 믿고 있었다”고 밝혔다. 안재구 씨는 당초 서약서를 거부하다 “가족을 먼저 생각하자”는 아들의 설득으로 인해 서약서를 썼다고 한다. 안영민 씨는 “무기형을 20년으로 감형한다며 정부는 생색을 내고 있는 데 치가 떨린다”고 말했다. 

준법서약 소식에 사면을 포기했다는 민경우(범민련) 씨의 부인은 “이제 기대는 물거품이 됐다”며 “준법서약을 요구하는 것이 예전 독재정권의 횡포와 무엇이 다르냐”고 말했다. 

이날 또다시 보랏빛 수건을 쓰고 거리로 나온 민가협 어머니들은 “다시는 쓰고 싶지 않은 보랏빛 수건을 쓰게 됐다”며 김대중 정권에 대한 실망을 감추지 않았다."
문서정보
문서번호 hc00005328
생산일자 1998-08-20
생산처 인권하루소식
생산자
유형 도서간행물
형태 정기간행물
분류1 인권하루소식
분류2
분류3
분류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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