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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 : 96가단88750 손해배상(기)
·원고 : 김형찬
·피고 : 대한민국
<전략>
3. 당원의 판단
가. 원고청구 인정부분
위에서 인정한 사실과 같은 경위로 피고 소속의 안기부 직원들이 원고를 체포하면서 적법한 영장을 발부받지 않았고 그러한 영장을 제시하지도 않았던 점에 비추어, 위 안기부 직원들이 원고를 파출소에 강제로 연행하여 감금한 행위는 명백히 위법하여 불법행위를 구성한다고 하겠다.
피고는 이 사건 민사소송절차에서 위 체포 감금 행위의 적법성 근거에 관하여 아무런 주장을 하지 않고 있으며, 그에 대한 입증도 전혀 하지 않고 있으므로, 위 체포 감금 행위의 적법성 여부에 관하여 더 나아가 논할 필요는 없다고 보이나, 피고 소속의 안기부나 경찰청 측은 이 사건 발생 후 국회나 언론에서 안기부 직원들의 위 불법 체포 감금 행위가 문제되자 원고를 국가보안법 위반죄 또는 주민등록증 변조죄나 병역법위반죄 등의 현행범으로 체포하였거나 임의동행하였다는 취지로 변명한 흔적이 보이므로, 이점에 관해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즉, 갑 제7호증의 기재에 의할 때 당시 경찰청장은 제183회 임시국회 내무상임위에서, 위 안기부 직원들이 수배자인 소외 이재규를 수사하던 중 북한 구국의 소리 방송을 수록한 컴퓨터디스켓을 소지하고 있는 혐의로 원고를 검거하였으나 경기지방경찰청 보안수사대에 인치하겠다는 통보를 경찰청에 해 왔다고 답변한 사실을 인정할 수 있는바, 이 사건 발생 당시 시행되던 1994. 1. 5. 법률 제4708호로 개정된 국가안전기획부법 제3조 제3호, 같은 법 부칙 제2조는 안기부의 직무권한에서 국가보안법위반죄 중 동법 제7조, 제10조에 규정된 고무찬양죄, 불고지죄에 대한 수사권을 제외하고 있었으므로, 위 안기부 직원들이 국가보안법 제7조 제5항의 북한을 고무 찬양할 목적으로 컴퓨터 디스켓을 소지하고 있다는 혐의로 원고를 체포하였다면, 그 행위는 직무집행권한 외의 체포행위로서 불법행위라고 볼 수밖에 없다.
그리고 위 인정사실에 의할 때 원고를 현행범이라거나 이에 준하는 자 또는 당시 시행되던 형사소송법상의 긴급구속 필요성이 있는 자라고 할 수 없음은 명백하며, 원고가 위 안기부 직원들의 체포행위를 명백히 거부한 이상 이를 일컬어 임의동행이라고 할 수도 없다(대법원 1995. 5. 26. 선고 94다37226 판결 참조). 또한 당시 국가보안법위반죄 관련 범죄혐의자를 추적중이던 안기부 직원들이 주민등록증 변조죄나 병역법위반죄로 원고를 체포하려 하였다고는 도저히 인정할 수 없다.
그렇다면 피고는 그 소속 공무원인 위 안기부 직원들의 직무집행법상의 불법행위로 인해 원고가 입은 손해를 배상해야 할 책임이 있다고 하겠고, 그 손해액은 원고가 위 안기부 직원들의 불법 체포 감금 행위로 인해 입은 정신적 고통을 돈으로 위자할 수 있는 금액에 상당하다고 할 것이며, <중략> 위와 같은 근거에 기해 당원은 피고가 원고에게 위자료로 돈 1천만원을 지급함이 상당하다고 판단한다.
나. 원고청구 기각 부분
다만 당원이 위에서 인정한 사실 이외에, 원고가 신당6동 파출소장실에서 안기부 직원들로부터 고문 등 가혹행위를 당하였다거나 경기도 지방경찰청 공안분실에서 고문을 피하기 위해 분신하였다는 원고의 주장 사실을 인정할 수 있는지 여부에 관해 보면, 원고의 위 주장에 부합하는 듯한 갑 제4호증의 1, 2, 갑 제7호증, 갑 제8호증의 1, 2의 각 기재는 원고의 일방적인 진술이거나 원고의 진술만에 터잡은 내용으로서 이를 쉽사리 믿기 어렵고, 갑 제1호증, 갑 제3호증의 1, 2의 각 기재나 갑 제2호증의 1 내지 4의 각 영상이 안기부 직원들의 고문 등 가혹행위를 직접적으로 입증하는 것은 아니므로 이것들만으로 원고의 위 주장 사실을 인정하기에 부족하며,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어 원고의 위 주장을 쉽사리 받아들이기 어렵고, 따라서 그와 같은 주장이 사실임을 전제로 하여 청구하는 일실수입, 향후치료비, 위자료 등의 손해액에 관한 원고의 주장도 더 나아가 살필 것 없이 이유 없으므로 이를 인정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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