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 |
"10일 세계인권선언 50주년을 맞아 정부는 기념행사를 갖는 등 축제분위기를 연출했지만, 사회 곳곳에서는 국가보안법과 준법서약제 등의 인권탄압제도에 대한 항의집회와 단식농성이 잇따랐다.
서울 명동성당에서는 이날 오전 10시 '민중의 기본권 보장과 양심수 석방을 위한 공동대책위원회'(민권공대위)와 한총련이 기자회견을 갖고 '국보법 철폐와 양심수 전원석방, 준법서약제 철회, 한총련·범민련 이적규정 철회'를 요구했으며, 오후 1시엔 대학생 40명의 구국단식 농성단 결성식이 열렸다.
이어 민권공대위는 오후 3시 종묘공원에서 2백여 명이 참가한 가운데 집회를 가졌으며, 홍근수 목사(민권공대위 대표) 등 10여 명이 명동성당에서 국보법 철폐와 양심수 석방을 위한 농성에 들어갔다.
또 탑골공원에서는 오후 2시부터 민가협과 유가협,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 미군범죄근절운동본부 등이 공동집회를 갖고 '국보법 철폐와 의문사 진상규명, 양심수 석방, 정신대문제 해결, 소파협정개정' 등을 요구했다.
한편 지난 5일부터 한총련 농성단, 조계사 정치수배자 농성단, 양심수 군문제 해결을 위한 모임, 전국 교도소 양심수 등이 같은 요구를 내걸고 무기한 단식농성을 벌이고 있는 가운데, 전국연합 노수희 상임대표 직무대행과 서울연합 이천재 공동의장, 부산대, 영남대, 한양대, 명지대, 충남대 소속 대학생들도 동조단식농성을 벌였다.
삶터에서 내몰리는 영세민들
영하를 밑도는 이 겨울, 언제 거리로 쫓겨날지 몰라 하루하루가 살얼음판인 사람들이 있다. 안양시 호계3동에 위치한 유진상가 주민들이 바로 그들.
지난 4일 오후 2시경 수원지방법원은 약 8-90명의 용역을 동원해 강제철거에 나섰다. 다행히 상가 주민들과 전국철거민연합 회원, 청년진보당 당원들이 이를 중단시켰으나, 건물 내의 많은 집기와 살림살이들이 이미 길바닥에 내동댕이쳐진 뒤였다.
유진상가 35세대 주민들의 삶이 불안정해지기 시작한 것은 건물소유주가 바뀌면서부터였다. 지난해 7월 경매를 통해 이 건물을 낙찰받은 신한건설은 느닷없이 지난해 12월 세입자들에게 건물을 비워줄 것을 요구했다. 주민들은 짧게는 5년 길게는 20년 간 이 곳에서 주거와 생업을 함께 해 온 영세상인들이라, 건물에서 나갈 경우 살 길이 막막했다. 주민들이 건물을 비워주지 않자, 신한건설은 명도소송을 제기했고, 그 결과 법원은 유진상가에 대한 신한건설의 소유권을 재확인해주면서 임대보증금 반환의무도 면해줬다. 이제 주민들은 임대보증금도 받지 못한 채 길거리로 내몰리게 된 판이다. 주민들은 ""동절기에는 절대 강제철거가 없도록 하겠다""는 대통령의 약속을 상기하며 더욱 분노했다.
현재 주민들은 생업을 이어나갈 수 있는 영구임대 상가와 재건축 기간 동안 살 수 있는 가수용 상가의 건설을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공무원들이 빠른 시일 내 다시 철거하러 오겠다고 공언한 터라 불안은 계속된다.
의정부 교도소에서 단식하던 양심수 실신
의정부교도소에서 13일째 단식을 진행중이던 김동석(전 충청총련 의장) 씨가 교도소 보안과장과의 실랑이 과정에서 머리로 벽을 치는 등 자해를 시도하다 실신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의정부교도소에서는 김 씨를 비롯해 양심수 4명이 국가보안법 철폐, 준법서약제 철회, 양심수 전원석방을 요구하며 지난달 28일부터 단식농성 중이다. 단식에 돌입한 이후, 이들에 대한 처우는 더욱 열악해진 것으로 알려졌다. 교도소 측은 이들의 청원권을 완전히 무시하고 있고, 하루 세번 제공해야 하는 식수도 전혀 지급하지 않고 있다. 또 서신 통제·신문기사 삭제가 더욱 심해졌을 뿐 아니라, 양심수들이 수감된 방의 열쇠를 보안과장 혼자 관리하기 시작해 방에서 응급 조치를 요하는 상황이 발생해도 일선 교도관들은 전혀 알 수 없다고 한다.
이와 관련, 인권단체들은 오늘 의정부교도소를 방문해 김동석 씨 등 양심수들을 합동접견하고 교도소 측에 항의의 뜻을 전달할 예정이다.
병역면제자 죄인 취급, 합동수사본부 밤샘 조사까지
최근 병역비리사건과 관련해 군·경합동수사본부의 조사를 받고 있는 병역면제자가 죄인 취급을 당하는 등 부당한 처우를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 97년 허리디스크로 병역면제 판정을 받았던 이진실(감신대 4년·23) 씨는 지난 3일, 7일, 8일 등 모두 세 차례에 걸쳐 후암동에 위치한 합동수사본부에서 조사를 받았다. 이 씨는 ""수사관들의 고압적 심문 때문에 심한 압박을 받았다""고 밝혔다.
특히 세번째 조사를 받던 8일엔 오후 5시부터 이튿날 오전 8시까지 밤샘 조사를 받았다고 이 씨는 밝혔다. 또 합동수사본부측은 조사에 필요한 각종 서류(MRI, CT촬영기록 등)를 이 씨가 직접 발부받아 오도록 함으로써 시간적, 물질적 부담을 안기기도 했다.
이와 관련, 이 씨를 조사한 은성욱 검사는 ""개인적으로 답변할 사항이 아니다""며 확인을 거부했다.
이주노동자조약 비준 촉구, 외국인노동자 캠페인 벌여
외국인노동자(이주노동자) 인권탄압국으로 비난을 사왔던 우리 정부에 대해 이주노동자 보호를 위한 국제조약 가입 및 비준을 촉구하는 캠페인이 벌어졌다. 9일 명동성당에서 열린 캠페인에는 20여 명의 외국인노동자와 민간단체 관계자들이 참석했다.
참석자들은 ""이주노동자조약은 한국 내 이주노동자 인권 및 해외에 진출한 한국노동자의 인권을 보장하는 국제적 장치""라며 정부는 즉각 이 조약을 비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난 90년 비엔나에서 채택된 '모든 이주노동자와 그 가족의 권리 보호에 관한 조약'은 이주노동자들에 대한 차별없는 권리보장과 그 가족들의 기본적인 인권보장을 명시하고 있으며, 현재 필리핀과 스리랑카를 비롯한 9개국이 비준하고 있다.
인력의 수출입을 동시에 하고 있는 우리나라의 경우 조약을 비준함으로서 생길 수 있는 손실과 책임을 우려해 비준을 거부하고 있지만, 사회 각계 인사 3백여 명은 이주노동자 조약 비준을 촉구하는 서명에 참여했다.
""준법서약 위헌이다"" 8·15 출소자 25명, 헌법소원
준법서약 폐지와 양심수 석방 등을 요구하며 명동성당에서 농성중인 '8·15 준법서약 출소자' 25명은 9일 준법서약제도의 위헌 여부를 묻는 헌법소원을 헌법재판소에 제기했다.
'인권의 날' 요구 봇물, 민주노총 등 각계 성명
세계인권선언 50주년을 맞아 민주노총 등 각계 민간단체들은 성명을 발표해 '양심수 석방'등 시급한 인권현안에 대한 해결을 요구했다.
민주노총은 △독립된 국가기구로 국가인권위원회의 설치 △양심수 전원석방 및 사면복권 △477명에 달하는 구속노동자의 석방과 수배해제 △반개혁적 행태를 보이고 있는 박상천 법무부장관의 해임 등을 강력히 촉구했다.
국제앰네스티 한국지부는 ""경제위기 상황일수록 인권은 최우선되어야 한다""며 △양심수 석방 및 국가보안법 개정 △사형제도 폐지 △경제위기로 침해받는 노동권 보호 등을 요구했다.
또 50여개 사회단체가 참여하고 있는 '고용·실업대책과 재벌개혁 및 IMF대응을 위한 범국민운동본부'도 △국보법 철폐 및 양심수 전원석방과 정치수배 해제 △범민련·한총련에 대한 이적규정 철회 및 공안탄압 중단 △특별검사제 도입 및 수사기관의 인권유린 책임자 처벌 △부당노동행위 근절과 민중생존권 보장 △인권유린 자행하는 공안기관 해체 △박상천 법무부장관의 즉각 해임 등을 요구했다.
신삼석 목사, 문정현 신부 등 전북지역 사회인사 2백명은 10일 오전 전주 가톨릭센터에서 공동선언문을 발표하고 △양심수 석방 △준법서약제 즉각 폐지 △국가인권위원회를 독립된 국가기구로 설치할 것 △국가보안법 폐지 등을 주장했다.
한편, 청년진보당은 ""인권대통령을 자처한 현 정부의 인권정책은 국민들의 열망에 부응하지 못한 채 표류하고 있다""고 비판하며 ""말로만 치장된 현 정부의 인권정책에 대해 끊임없는 투쟁을 벌여나가겠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