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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과 인권'을 주제로 한 올해 인권영화제의 개막작은 <아프간 전쟁>이다. 1998년 이탈리아의 다큐멘터리 감독 페브리지오 라자레티는 종군 기자 에토 레모와 함께 아프간의 현재를 필름에 담기 위해 촬영 계획을 세운다. 감독은 아프간의 최전선에 응급병원을 설립하려는 외과 의사 지노와 종군 기자와 함께 아프간 전선으로 떠난다. 감독의 필름은 1999년 2월부터 시작된다. 이들은 아프간에 도착한 후 샤리카시에서 병원을 설립하려 하지만 그 해 6월 탈레반의 공격으로 샤리카시는 폐허가 된다. 병원 설립은 무산되고 카메라는 폭격에 쫓겨 흩어지는 아프간 사람들과 함께 북부로 이동한다.
작품은 '진짜 전쟁 영화' 답게 참혹하고 끔찍하다. 무엇보다도 우리를 도리질하게 만드는 것은 이 모든 끔찍한 장면이 '사실'이라는 사실이다. 전선으로 이동하면서 지노는 간이 응급병원을 설치 환자들을 치료한다. 지뢰와 폭격으로 팔과 다리, 얼굴의 한 쪽이 날아간 사람들이 속속 후송되고 마취 없이 수술하기가 다반사이다. 아프간의 많은 사람들은 팔과 다리가 없다. 전쟁이 먹어치운 무수한 팔과 다리 그리고 생명들을 카메라는 가슴 아프게 전달한다. 영화는 오랜 전쟁으로 가속화되는 기아와 탈레반 집권 이후 얼굴 없이 살아야 하는 여성들에게도 공평하게 관심을 보이고 있다. 웅장하고 다양한 카메라 워크로 아프간의 사람들의 풍상을 표현하는 이 영화는 얼마 전 개봉되었던 영화 <칸다하르>에서 미처 드러내지 못한 아프간 민중들의 상흔을 보여주는데 성공했다.
일반 상영작 가운데서 놓치지 말아야 할 몇 편이 있다.
<붉은 대기>는 프랑스 68혁명 당시 영화인들과 함께 혁명에 동참했던 크리스 마르케의 장편 다큐멘터리이다. 1977년 제작판을 15년후(소련 붕괴후) 재편집해 1,2부로 완성한 이 작품은 베트남전쟁부터 체 게바라의 죽음 그리고 68혁명을 재해석하고 프라하의 봄과 프랑스의 사회주의에 이어 칠레의 혁명 역사를 영상으로 고찰하는 20세기 혁명 역사에 대한 대하 영상 에세이이다.
지난 50년간 '다이아몬드 지역'으로 불리는 나미비아 동쪽 해안에는 낡은 선박 한 척이 항해하고 있다. 이 일대 바다까지 소유하고 있는 거대 복합기업 '드-비어스'의 다이아몬드 채광선 '나미비아의 영혼'에는 나미비아인을 비롯해 남미에서 온 유인종 노동자들과 몇 명의 백인을 태우고 밤낮으로 다이아몬드를 채광하고 있다. 주급 150달러를 벌기 위해 고된 노동과 비인간적 대우를 감수해야 하는 이들이 한 달 동안 캐내는 다이아몬드는 약 350만 달러. <나미비아의 영혼>은 거대 자본의 이윤추구에 동원되어 노예 노동을 감수하며 생계를 이어가야 하는 제3세계 민중들의 삶을 다이렉트 시네마 스타일로 보여주는 수작이다.
이 외에도 다국적 제약 회사에 맞서 에이즈 치료약값 인하 투쟁을 성공적으로 이끌고 있는 남아공 치료행동캠페인의 활동가 재키의 투쟁을 담은 <나의 인생>과 영국에서 극장 개봉되어 전세계적으로 반향을 일으킨 영국판 의문사진상규명 투쟁인 <불의> 역시 놓치지 말아야 할 '인권' 영화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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