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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파주군 파평면 금파2리는 일명 '지뢰마을'로 유명(?)해진 곳이다. 20여 년전 마을주민 7명이 잇따라 지뢰피해를 당한 전력 때문이다. 현재 마을에는 피해자 가운데 다섯 명이 생존해 있으며, 이들은 의족에 의지한 채 근근이 생활을 유지해가고 있다.
의족을 찬 모습만 빼면 시골의 여느 촌로와 다를바 없는 조만선(66) 씨는 이 마을 최초의 지뢰피해자다. 조 씨는 자신이 사고를 당한 시점을 정확히 기억하지 못한다. 주변 사람들은 조 씨가 대략 25년전 쯤 사고를 당했다고 말한다.
사고를 당하던 순간, 조 씨는 산에서 사계청소작업중이었다. 당시 군부대에선 간첩의 침투를 감시하기 위해 주변의 장애물들을 청소하는 작업이 필요했고, 이 작업을 맡아 처리한 것은 민간업주였다고 한다. 조 씨는 민간업주에게 고용돼 일하는 댓가로 산의 나무를 베어 팔았고, 그것으로 생계를 이어가고 있었다. 그리고, '그날'도 풀과 나무를 베기 위해 산에 올랐다가 지뢰를 밟았던 것이다.
아이들 주먹만한 플라스틱 지뢰
조 씨를 비롯해 마을의 지뢰피해자들은 모두 비슷한 경로로 사고를 당했다. 이들이 밟은 것은 아이들 주먹만한 크기의 플라스틱 대인지뢰였다. 주민들은 이 지뢰가 당시 미군 비행기에서 뿌려댄 것이라고 말한다. 그리고 장마때면 비에 씻겨 흘러내리기 때문에 지금은 어디 묻혀있는지 조차 알기 어렵다고 한다.
사고가 발생한지 20여 년이 지났지만, 지뢰피해자들이 받은 보상은 아무것도 없었다. 조 씨는 말한다. ""보상이요? 그런 건 방법도 모르고 신청도 안했어요."" 다만 사고 당시 업주가 치료비를 대 준 것이 그가 받은 보상의 전부였다. 조 씨는 또 ""나라에서 시킨 일도 아니었고, 벌어먹기 위해 들어갔던 건데 어떻게 보상을 요구할 수 있겠냐""고 되묻기도 했다. 하지만, 지금이라도 보상받을 길이 있다면 보상을 받고 싶다는 것이 피해자들의 생각이다.
일기예보가 따로 없다
조 씨는 오른쪽 무릎 아래에 의족을 받치고 있다. 그러나, 목발을 짚지 않고는 걸을 수가 없어 방안에서는 엉금엉금 기어다녀야 하는 처지다. 특히 여름이면 절단 부위가 까지고 짓무르는 통에 고통이 더 심하다고 한다. 아내 김정숙(60) 씨는 ""우리 집엔 일기예보가 있다""고 우스개로 말한다. 날이 흐리고 비가 올라치면 영락없이 가려움과 통증을 호소하기 때문이다. 아내 김 씨의 고통도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것이었다. 젊은 나이에 불구가 된 남편을 뒷바라지하고 어린 자식들과 함께 가족의 생계를 이어갔던 김 씨의 회고는 한 마디로 ""고생만 실컷했다""는 것이었다.
윌리암스 방문으로 관심 고조
4일 금파리엔 낯선 손님이 찾아왔다. 방한중인 조디 윌리엄스(국제지뢰금지운동 대표) 씨가 이 마을을 방문한 것이다. 노벨평화상 수상자라는 설명에도 별로 관심을 기울이지 않던 주민들은 이 금발의 여성이 지뢰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왔다는 말엔 솔깃함을 감추지 않았다. 대인지뢰의 파괴력을 뼈저리게 체험한 사람들로서, 이들의 소망은 보상문제 만큼이라도 제대로 해결되었으면 하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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