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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전 경주 남산자락 아래 교도소에 수감되어 있는 당신을 면회했을 때 내 가벼운 옷차림을 본 당신은 깜짝 놀라며 내게 춥지 않느냐고 물었지요. 밖은 봄향기 일렁이는데 당신은 여전히 겨울내의를 껴입은 채로 겨울의 한가운데를 지나는 사람이었습니다. 갑자기 나 또한 겨울의 추운 눈보라 속을 거닐고 있는 듯한 착각에 사로잡혔답니다. 언제나 건강했던 당신이 4년 감옥살이 도중에 추위조차 견디기 어려울 만큼 몸을 상했나 싶어 얼마나 가슴이 미어오던지…. 단 20분도 안되는 짧은 당신과의 만남, 당신을 저 육중한 철문 안에 놔두고 혼자 교도소 문밖으로 나오는 내 마음속에는 눈물이 강이 되어 흐르고 여전히 겨울인 당신을 저기 놔두고 찾아온 봄이 야속하게만 느껴지더군요.……
그 날, 영장도 없이 새벽에 집으로 들이닥친 수사관들은 당신의 사지를 붙들고 내게서 당신을 빼앗아 갔지요. 당신을 만나게 해달라며 안기부 앞에서 울며불며 지낸지 3일 만에야 당신을 안기부에서 만날 수 있었답니다. '살아있구나'하는 안도감도 잠시, 너무 초췌해지고 불안에 떨던 당신을 보고서 우리에게 왜 이런 일이 일어났는지, 80년대에 대학교를 다니며 반독재 민주화 운동을 하던 당신, 졸업하고 나서 학원을 운영하며 새 삶의 의지를 키워가던 당신이 무슨 잘못을 저질렀기에 그런 고통을 당해야 하는지, 저는 아직도 이해하기가 어렵기만 하답니다.……
1995년 5월 30일, '유엔인권위 산하 자의적 구금에 관한 실무위원회'에서는 당신을 비롯하여 같은 사건으로 구속된 안재구 선생님, 정화려 씨 등에 대해 자의적 구금이라는 결정을 내리고 당신의 석방을 촉구했지만 한국 정부는 그 결정마저 숨겨 왔다고 합니다. 세계적으로 권위있는 유엔에서도 당신을 석방하라고 요구하고 있는데 왜 아직까지도 당신이 풀려나지 못하고 있는지 정말 이해할 수가 없습니다.……
양심수들의 전원석방을 위해 하루도 빠짐없이 이곳저곳 뛰어 다니는 여기 계신 보랏빛 수건의 어머니들의 고통, 눈물, 기다림도 이제 끝날 날이 올 것이라 믿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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