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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등록증이 없어서 투표를 할 수 없는 지문날인 거부자가 동사무소에서 주민등록증 이외의 신원증명을 요구했다가 거부당한 사건이 발생했다. 지문날인 거부자 중 한 사람인 오창익 인권실천시민연대 사무국장은 지난달 30일 오전 자신이 거주하는 용산구 소재의 한 동사무소에 갔다가 이같은 '봉변'을 당했다.
그날 오 사무국장은 동사무소 직원에게 중앙선관위의 공문(문서번호 지도 3001-502)을 보여주며, 주민등록등본에 사진을 붙여 발급해 달라고 요청했다. 공문에서 중앙선관위는 '주민등록등본에 사진을 붙인 증명서는 투표시 신분증으로 인정될 수 있다'고 유권해석을 내렸다. 동사무소 직원은 일단 중앙선관위에 문의해 공문내용을 확인한 후, 주민등록등본에 사진을 붙여서 직인까지 찍었다. 이때 담당 계장이 행정자치부(아래 행자부)에 문의를 해야 한다며 주민등록등본의 교부를 중단시켰다.
이에 담당 계장은 행자부로부터 '주민등록 등본 또는 초본 등에 사진을 붙인 증명서는 발급근거가 없어 발급이 곤란하다'는 내용의 답변을 받았다. 또 행자치의 답변에는 '기존의 각종 민원서류 양식이 투표장에서 신원확인증명서로 사용될 수 있는지 여부 등 구체적인 사항은 중앙선관위로 문의하기 바란다'는 내용도 있었다. 이때 기존의 각종 민원서류는 행자부 소관이 아닌 호적등본(법원), 납세증명원(국세청) 등을 말한다. 결국 행자부는 행자부 소관의 어떠한 증명서도 지문날인 거부자들에게 발급할 수 없다는 뜻. 이에 따라 다 만들어진 신분증명서는 그 자리에서 폐기됐다.
이에 대해 오 사무국장은 ""선관위는 '사진을 첩부한 주민등록등본으로 선거를 할 수 있다'고 이미 확인해 주었는데 행자부는 '발급이 곤란하며 구체적인 사항은 선관위에 문의하라'고 한다""며, ""이건 무책임 행정의 전형적인 표본""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두 개 부처가 서로 다른 이야기를 하고 있는 상황에서 참정권 행사라는 국민의 권리는 어떻게 보호될 수 있는가""라며 답답해했다.
'신원증명 희망자' 직접행동 주간
이번 사건은 중앙선관위가 신분증으로 인정한 '사진이 붙여진 주민등록등본'에 대해 일선 동사무소에서 발급을 거부한 첫 사례다. 하지만 지문날인 반대연대, 인권운동사랑방 등은 이 결과에 불복하며, 현재 신원증명 희망자를 모집하고 있다. 신원증명 희망자들은 오는 10~13일 동사무소를 다시 방문해 '사진이 붙여진 주민등록등본'의 발급을 재차 요구하게 된다. 지문날인 반대연대 등은 이때 신원증명이 거부된 피해사례를 수집해 국가인권위에 진정하고 헌법소원까지 불사한다는 방침이다.
한편, 이들은 지문날인 거부자들의 참정권 확보운동을 포함해 '주민등록증 안 쓰기 운동'을 전개하고 있다. 이에 대해 지문날인 반대연대 윤현식 씨는 ""주민등록증을 이미 발급받았던 분들이 지문날인 거부에 동의하고 이 운동에 연대하는 차원으로 '지문날인이 되어 있는 주민등록증'을 쓰지 않는다는 의미""라며 동참을 호소했다.
현행 공직선거및선거부정방지법은 투표시 신분증으로 주민등록증 이외에도 여권, 운전면허증, 공무원증, 경로우대증, 장애인수첩, 기술자격증 등 공공기관이 발행한 사진이 붙여진 신분증명서를 광범위하게 인정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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