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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여당은 1996년 12월 26일 미명을 기해 노동법 개정안이 국회에서 여당 단독으로 통과되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신한국당이 국회법 제72조가 정한 본회의 개의절차를 명백히 위반함으로써 국회본회의가 개회된 사실이 없다고 한 1월 8일의 법학교수들의 시국성명이 터 잡아 노동법 및 형법교수들의 견해를 천명하고자 한다.
신한국당 국회법 위반
신한국당 의원총회에서 통과되었다는 법안의 내용 그 자체만으로도 ""참여와 협력""을 기치로 내세웠던 ""신노사관계 구상""은 허구임이 드러났다.
1995년 5월에 발족한 노사관계 개혁위원회(노개위)의 출발점은 과거 군사정부에 의해 삽입된 노동기본권을 침해하는 독소조항들을 삭제함으로써 군사독재의 잔재를 청산하고, 국제노동기구(ILO), 국제연합(UN), 경제협력개발기구 (OECD) 등이 제시하는 기준과 규범을 준수하여 노동탄압국의 불명예를 씻자는 것이었다. 그러나 그 결과는 정반대로 경쟁력 강화를 명분으로 근로자와 노동조합의 권리를 일방적으로 축소하고 근로조건을 더욱 개악하는 내용서 이른바 '순전한' 정치파업은 단결권의 적용범위에서 제외되지만 정부의 경제정책·사회정책을 비판하기 위하여 항의파업의 수단을 사용할 수 있다는 점을 분명히 하였다. 독일의 경우는 정치파업의 적법성 여부는 일차적으로 그 목적이 근로조건과 경제적 조건과 관련이 있는지 여부가 관건이다. (중략)
정치파업 중 단결권 규정이 적용될 수 없는 경우에는 저항권에 의해 정당화될 수가 있다. 1919년 성립된 바이마르 공화국을 무너뜨리기 위해 1920년에 발생했던 카프장군에 의한 군사쿠데타를 총파업을 통해 저지한 바 있다. 그와 같은 헌정수호를 위한 총파업이 적법하다는 데에는 이론이 없다. (중략)
우리나라의 학계에서도 이른바 '순전한' 정치목적을 가진 파업으로서 사용자가 대응할 수 없는 경우에는 일반적으로 그 정당성을 인정하지 않으나 경제적 목적을 가지 정치파업으로서 근로자의 경제적 지위와 생활이익을 옹호하기 위한 경우에는 위법한 파업으로 보지 않는 것이 다수설의 입장이다. 그런데 이른바 '개정내용'에는 근로자와 노동조합의 권리와 경제적 이익을 크게 제한하는 내용이 가득 차 있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학계, 경제적 목적을 가진 정치파업은 합법
변형근로시간제의 부활로 말미암아 주 12시간까지 연장근로를 하더라도 가산임금을 지급하지 않을 수 있도록 하였다. (중략) 또한 세계에서 유례가 없는 대체근로의 전면적인 허용조치로 말미암아 단체행동권이 행해화되고, 노조전임자 임금지급금지 규정과 쟁의행위기간중의 임금지급금지 규정 등으로 인해 단체교섭권이 무력화되고 말았다. (중략) 따라서 현재 전국적으로 전개되고 있는 파업은 근로자와 노동조합의 경제적·사회적 이익을 옹호하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일뿐만 아니라 헌법질서의 수호라는 목적을 가진 저항권의 행사인 것이다.(중략)
위와 같이 현재 진행중인 평화적인 총파업은 결코 위법한 파업으로 볼 수 없는데도 불구하고 검찰과 법원은 외국에서도 노동탄압시대에나 적용했던 ""위력업무방행죄""로 파업지도부를 구속하고자 한다. 이는 법리적으로도 수용될 수 없는 조치일 뿐만 아니라 총파업 사채를 해결하는데 아무런 도음도 되지 못하며 사태를 더욱 악화시킬 따름이다. (중략)
정부, 반역사적 노동법 반역사적 절차로 처리
이에 우리는 정부·여당에 대하여 위와 같은 반역사적인 내용의 노동법 개정이 또한 반역사적인 절차로 처리된데 대하여 즉각적인 철회와 사과를 촉구하는 바이다. 아울러 파업지도부에 대한 사법처리 방침도 철회할 것을 요구한다. (중략)
또한 '반개혁적' 내용으로 가득 찬 개악내용을 '개혁적'인 내용인 것처럼 거짓 선전하는 작태도 즉각 중지하여야 할 것이다.
1997. 1. 13
노동법·형법교수 일동 (강성태 교수등 30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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