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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사기관의 판단만으로도 전화·팩스·컴퓨터통신 등을 폐쇄시킬 수 있는 전기통신사업법 시행령이 지난 11일 입법 예고된 뒤, 야당과 시민·사회단체의 항의가 잇따르고 있다.
김영환 국민회의 의원이 지난 13일 ""새로운 시행령은 대선을 앞두고 국민들의 비판여론을 차단하기 위한 것""이라며 즉각적인 시행령 철회를 주장한 데 이어, 야당 국회의원 8명은 오늘 정보통신부를 방문해 항의의 뜻을 전하기로 했다. 또 시민·사회단체들로 구성된 「정보통신검열철폐를 위한 시민연대」(대표 김영식, 시민연대)도 새 시행령에 대해 강력한 반대의사를 밝히고 이에 대한 의견서를 오늘 정보통신부에 제출하기로 했다.
수사기관 요청만으로 폐쇄
새 시행령(개정안 16조)에 따르면 정보통신부장관은 △범죄행위를 목적으로 하거나 범죄행위를 교사하는 내용 △반국가적 행위의 수행을 목적으로 하는 내용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를 해하는 내용의 통신의 정지 또는 제한을 명할 수 있는데, 이는 수사기관과 정보통신윤리위원회의 요청만 있으면 가능하다.
전병선(김영환 의원 보좌관) 씨는 ""권력구조상 정보통신부 장관이 수사기관의 요청을 거부하기는 어렵다""며 ""결국 수사기관의 자의적 판단에 의해 인권침해가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전 씨는 또 ""폐지시켜야 할 정보통신윤리위원회에 오히려 검열권까지 부여하는 것은 잘못""이라고 지적했다.
도둑질한다고 손 자르는 격
무엇보다도 ""통신내용을 문제삼아 통신 수단까지 폐쇄시키는 것은 도둑질을 처벌하기 위해 손을 자르는 것과 마찬가지""라는 것이 시행령 반대론자들의 주장이다. 동시에 반대론자들은 ""통신범죄에 대한 판단을 사법부가 아닌 행정기관에서 내리는 것은 헌법에 위배된다""고 말하고 있다. 특히 새로운 시행령에 의해 수사기관에 의한 전화도청, 통신검열이 더욱 강화됨으로써 표현의 자유와 정보통신의 자유 등에 대한 심각한 인권침해가 이뤄질 것이라는 게 공통된 우려이다.
시민연대는 정보통신부에 제출하는 의견서에서 △전기통신에 의해 범죄행위가 이루어졌다고 하더라도, 통신할 권리에 대한 제한은 사법부의 판단없이 집행되어서는 안되며 △수사기관의 자의적 판단에 의해 헌법이 보장한 국민의 기본권을 제한하는 것은 명백한 위헌이고 △심의기구인 윤리위에서 제한조치를 취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은 전화 및 PC통신에 대한 검열을 합법화시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와 함께 ""시행령의 규정이 포괄적이고 추상적이기 때문에 정치적으로 악용되거나 표현의 자유를 심각하게 침해할 수 있다""며 입법 예고한 시행령의 철회를 강력히 요청했다.
정부는 18일까지 시행령에 대한 각계의 의견을 수렴한 뒤 다음주 국무회의를 통해 의결이 될 경우, 2월 1일 이를 공표 한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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