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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송유관공사 한국종단송유관(TKP)의 송유업무를 맡고 있던 노동자들이 노동조합을 결성했다. 대한송유관공사는 자회사인 대송텍(주)에 업무도급을 주고 대송텍(주)이 노동자들을 고용하는 형식으로 했으나, 실제 대송텍은 대한송유관공사의 일개 사업부서에 불과한 역할만 할 뿐이고 명백한 불법파견행위였다.
노동조합이 중심이 되어 대한송유관공사에 직접고용을 요구하고 성남지방노동사무소에 불법파견행위에 대한 진정을 했다. 그 결과 성남지방노동사무소는 '대송텍(주)과의 업무도급이 실질적으로 파견근로자보호등에관한법률에 위반한 불법파견이므로, 직접고용 내지 민법상 완전 도급으로 이를 시정하고 고용불안을 야기해서는 절대 안 된다'는 취지의 시정명령을 내렸다. 그러자 대한송유관공사는 '불법파견이라고 하니 더 이상 못하겠다'는 그럴듯한 이유로 (주)대송텍과의 도급계약을 해지함으로써 TKP 노동자들 89명 전원을 근무배제시켜 해고를 했다.
이 스토리는 캐리어, 인사이트코리아(SK) 등 불법파견이 이루어지던 사업장에서 노동조합이 만들어졌을 때 늘 반복되어 온 이야기이다. 불법을 진정하고 고발한 결과가 노동자들에게는 고스란히 해고로 되돌아오는 것이다.
대한송유관공사와 같은 사용사업주는 기껏해야 벌금 몇 푼 내버리면 그만이다. 파견 용역형태(간접고용)의 노동은 단지 중간착취의 수단일 뿐만 아니라, 실질적인 사용자인 사용사업주가 노동법의 책임을 회피하고 노동자들의 노동3권을 봉쇄하기 위한 의도로 이루어진다. 공사가 그러니 사기업이야 더 이상 말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불행히도 법원은 이에 대하여 눈을 감고 있다. 사용사업주의 직접고용책임을 부인한 것이다.
최근 들리는 이야기에 의하면 불법파견인 경우에도 근로자파견법을 적용할 수 있도록 입법적 보완을 하겠다는 것이 노사정위원회의 공익위원들의 입장이라고 한다. 이제 많이 배운 교수님들까지 정부와 사용자들의 사기행각에 공범을 자처하고 나서겠다는 이야기로 들린다.
'파견은 예외적으로만 허용하는 것이니까 걱정말라고, 불법파견은 엄단하고 못하게 해야지 음 걱정마' 이렇게 사기쳐서 만든 근로자파견법 아닌가? 그렇다면 불법파견을 사용한 대한송유관공사와 같은 사용사업주가 직접고용한 것으로 간주하고 그들이 사용자로서 전면적인 책임을 지도록 해야 함은 당연한 조치이다. 원래 직접고용하는 방법 외에는 법에서 허용하고 있지 않은데 불법으로 파견사용을 했으니, 적발되면 당연히 직접고용한 것으로 봐야 하는 것 아닌가. 그렇게 했을 때 불법파견이 실질적으로 규제가 되고 위와 같은 사례에서 대한송유관공사는 사용자로서 책임을 지게 될 것이다.
저명한 그분들이 모를 리 없다. 그런데 '불법'파견에 '합법'파견법을 적용한다는 입법논리상 해괴한 방안을 들고 나오다니, 그건 사용사업주의 직접고용책임이라는 당연한 해결책을 막기 위한 미봉책에 불과할 뿐이다.
대송텍(주) 노동조합과 함께 하지 않은 일부 노동자들은 노동조합과 별도로 제기한 부당해고 구제신청에서 이렇게 주장했다고 한다. '노동조합이 괜한 진정을 해서 우리가 해고됐으니 너무 부당하다고........' 노동3권에서 배제되고 생존권이 벼랑 끝에 놓인 간접고용 노동자들의 절규로 들린다.
(권두섭 씨는 민주노총 법률원 소속 변호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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