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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월, 인권운동사랑방을 포함한 20개 인권단체는 '국가인권위원회 운영 및 업무'에 관한 의견을 밝히며, 9개항의 질의를 한 바 있다. 위 인권단체들과 함께 인권운동사랑방은 △인권위 출범과정에서 빚어진 인권단체 배제의 문제 △전원위원회 의사진행의 폐쇄성과 이로 인한 국민의 알권리 침해 문제 △직원 인선 과정의 불투명성과 결과의 불공정 문제 △진정사건 처리에 있어 주어진 권한을 적극 행사하지 않는 이유 등에 대해, 국가인권위원회가 진솔하게 해명하고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을 보일 것을 진심으로 기대했다.
그러나 지난 11일 국가인권위원회가 보내온 답변서는 인권단체들의 문제제기를 이해부족에서 빚어진 일로 폄하할 뿐 아니라, 국가인권위원회 스스로는 지금껏 어떠한 잘못도 없이 법과 규정에 따라 잘 해나가고 있다는 식의 관료주의적 자기 합리화로 일관하고 있다.
예컨대, 설립준비기획단 구성과정의 문제점을 묻는 질의에 대해 ""인권위 설립준비기획단은 국무총리훈령에 따라 만들어진 것""이라 아무런 의미도 없는답변을 하는가 하면, 위원회의 의사공개의 범위를 확장해야 한다는 의견에 대해, ""위원회의 의사공개는 …국가인권위법에 의해…비공개하도록 되어있다""는 형식논리를 내세울 뿐이다. 또한 직원채용의 불공정논란이 불거졌다는 지적에 대해서도 ""직원채용에 있어, 인사자문기구규정에 따라 엄정히 심사했다""는 등 시종 메마른 답변으로 일관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우리는 이러한 형식적이고 상투적인 답변 속에서 기존 국가기구 관료들의 고답적인 태도를 거듭 확인하게 될 뿐, 온 국민의 여망을 안고 3년에 걸친 처절한 투쟁의 결과 만들어진 새로운 국가기구의 모습을 감지할 수가 없다. 국가인권위원회가 그 이름과 역할에 걸맞는 축복 대신 불신을 얻기에 이른 이유를 여전히 애써 외면하려는 인권위원회 관료들의 태도에 우리는 깊은 실망과 분노를 금할 수가 없다.
국가인권위법 제정 과정을 한결같이 밀실에서 진행한 법무부에 대해 분노했던 우리는 법 제정 운동을 함께 했던 일부 민간단체 인사들이 인권위원회 창립 과정에서 현재에 이르기까지 바로 그 밀실행정을 주도하고 있는 점을 묵과하지 않을 것이다. 국가인권위가 오늘날의 관료주의와 효율주의에 빠진 것은 결코 우연한 일이 아니다.
인권운동사랑방은 국가인권위원회가 잉태되는 과정에 혼신의 힘을 기울였고, 그렇게 태어난 국가인권위원회가 열린 자세로 가장 약하고 힘없는 국민들의 인권을 옹호하는 국가기관으로 자리잡기를 진심으로 열망해 왔다. 우리는 지금의 국가인권위원회가 우리의 이와 같은 열망에서 멀리 벗어나 관료주의적 독선에 빠져 있음을 확신한다.
이에 우리는 국가인권위원회가 제안하거나 요청하는 어떠한 사업에 대해서도 협력을 거부할 것이며, 국가인권위와 무관한 차원에서 우리의 인권운동을 묵묵히 벌여나갈 것을 천명한다. 국가인권위원회는 권력과 재력의 힘을 믿고 인권단체의 주장을 깔아뭉개고 인권단체를 길들이려는 태도를 버려야 한다. 우리는 인권운동가의 긍지를 가지고 국가인권위와 서로 협력할 수 있는 날이 오기를 고대한다.
2002. 6. 19 인권운동사랑방
*참고로 국가인권위원회 운영 및 업무에 관한 공개질의서 인권단체 공개질의에 대한 국가인권위의 답변은 인권운동사랑방 홈페이지의 자료실에서 내려 받으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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