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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해나 폭력을 피해 자신의 나라를 떠나 피난처를 구하는 난민의 숫자는 전세계 2천2백만명으로 우리나라 인구의 절반 가량이다. 우리나라에도 난민 지위를 신청한 외국인이 94년 7월부터 올해 4월까지 총 135명. 그 중 정부에 의해 난민 지위를 인정받은 사람은 단 한명 뿐.
2000년 10월 남편과 함께 한국정부에 난민인정 신청을 한 콩고민주공화국 출신의 D씨는 1년 8개월이 지나도록 법무부로부터 아무 연락을 받지 못한 채 초조한 나날을 보내고 있다. 지난 겨울 태어난 D씨의 아기는 부모가 난민신청인이기 때문에 무국적자가 돼버렸다. 옷이든, 음식이든, 집이든, 의료든 정부로부터의 지원은 없다. 이는 한국에 와서 난민인정을 희망하는 사람들의 공통적인 경험이며 인권적 고려를 결여한 정부 난민정책의 문제점을 그대로 드러내고 있다.
세계난민의 날을 하루 앞둔 19일 낮 2시, 국가인권위원회 배움터에서는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좋은벗들 등의 주관 아래 한국의 난민정책의 문제점과 개선방안을 짚어보는 토론회가 열렸다. 이날 토론회에는 콩고민주공화국 출신 난민신청인 D씨, 버마 출신 난민신청인들도 참석해 눈길을 끌었다.
난민인정을 희망하는 사람들은 우선 신청기한이란 임의적 요건의 벽에 부딪치게 된다. 출입국관리법은 우리나라에 상륙 또는 입국한 날부터 1년 이내에 난민신청을 하도록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민변 김기연 간사는 ""애초 60일에서 1년으로 기한이 연장된 것은 환영할만한 일이지만, 여전히 접수를 담당하는 공무원들이 이제는 1년 기한을 이유로 신청서가 반려하는 시도가 있다""며 ""형식적 요건을 충족시키지 못했다는 것 때문에 난민인정심사 자체를 받을 수 없도록 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지적했다.
일단 난민인정신청 접수가 받아들여지고 나면, 오랜 심사기간이 신청인들을 괴롭게 한다. 현재 난민인정신청에 대한 심사시간은 최소 6개월 내지 1년이며, 길게는 3년까지 가는 경우도 있다. 김 간사는 ""이것이 한국에서 특히 문제가 되는 것은 정부가 난민신청인들에게 제공하는 물적지원 및 정책적 조치가 거의 없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신청인들의 생활을 지원하고 있는 민간단체, '좋은벗들'의 강여경 씨는 ""숙소, 생활비, 의료, 일자리 및 교육 등 난민인정신청인들에게 지원돼야 할 것들은 많은데, 충분한 예산이 없기 때문에 적은 수의 신청인들에게 생존을 유지하는 정도의 지원밖에 못하는 실정""이라며 ""원래는 정부가 법 제도를 마련해 해야 할 몫""이라고 강조했다.
신청인들에게 부과되는 과도한 입증책임도 문제다. 그동안 법무부는 ""일반적인 정황은 인정되지만 해당 난민신청인이 자국으로 돌아갈 경우 박해를 받을 위험이 있는지 구체적인 증거가 없다""는 이유를 들어 난민 인정을 불허하는 일이 주를 이뤘다.
이에 대해 서울대 장복희 교수는 ""박해를 피해 나온 사람들이 박해를 입증할 자료를 제출하기란 쉽지 않다""며 ""신청인의 진술이 일관되면 심사관은 증거가 불충분하더라도 출신국의 상황을 고려해 신청인에게 유리한 해석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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