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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3년 7월경 경기도 화성 연쇄살인사건 용의자로 서대문 경찰서 소속 형사들에게 강제 연행돼 가혹수사를 받다가 무혐의로 풀려난 뒤 후유증을 앓아온 김종경(46·전기공) 씨가 지난 10일 잠자던 상태 그대로 숨졌다. 화성연쇄살인 사건의 용의자로 지목돼 경찰에 연행, 가혹수사를 받은 그가 술과 상실감으로 세월을 보내다 4년여만에 결국 죽음에 이른 것이다.
신문에 범인으로 보도
12일 용인에 남편을 묻고 돌아온 부인 오씨는 ""남편은 워낙 순진한 사람이었는데, 그 일을 당한 뒤 충격으로 삶에 애착심도 없고, 자포자기한 상태로 지냈다. 일단 술을 입에 대기만하면 밥은 먹지 않고 15일씩 내리 술만 마셨다. 그러다가 간간이 정신을 차리면 친구중 전기사업을 하는 이에게 가서 일을 하기도 했다. 정말 그 동안 어떻게 살아왔는지 모르겠다""며 괴로움을 털어놓았다.
김종경 씨가 화성 연쇄살인사건의 용의자로 지목돼 수사를 받게된 것은 40대 재미교포인 김해운 씨의 제보로 인한 것이다. '김종경'이라는 이름이 적힌 쪽지를 건네 받은 내용의 꿈을 꾼 뒤 3년간 탐문수사를 해왔다는 김해운 씨의 제보를 받은 서대문 경찰서는 그 길로 김종경 씨를 연행, 3차례씩이나 집과 서대문서를 끌고 다니며 수사를 벌였다. 그 과정에서 '화성연쇄살인사건 범인 김종경이 잡혔다'는 기사가 신문지상에 보도되었다.
93년 8월 자살기도
그 뒤 서대문서에서 화성연쇄살인사건의 수사본부인 화성경찰서로 사건이 이첩되어 조사한 결과 김 씨는 무혐의 판결을 받게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형사들이 집 앞과 부인이 운영하는 치킨가게를 한 달여 동안 감시하고 수시로 들락거렸다.
93년 8월 3일 유서를 써놓고 부엌칼로 복부를 20센티미터 가량 찔러 자살을 기도해, 한 달간 입원하기도 했다. 유서에서 그는 자신이 서대문 경찰서에서 고문당한 일과 이를 확실히 밝혀달라는 말을 남겼다. 퇴원 뒤 김 씨는 정신이상 증세까지 보였다.
그리고 93년 9월 김 씨는 김칠준 변호사와 함께 수원지법에 손해배상 1억4천만 원의 민사소송을 제기했다.
불법구금 등 인정 손배승소
95년 7월 22일 서울지법 서부지원 제2민사부(판사 김기수)는 불법연행과 불법구금 및 사생활 침해, 피의사실 공표죄 등을 인정해 3천8백만원 지급판결을 내렸다. 단 조사과정에서의 고문사실은 인정되지 않았다.
승소판결을 받은 뒤에도 김 씨는 굉장히 괴로워하며 당시의 충격에서 여전히 헤어 나오지 못했다고 한다. 생계를 위해 야식집에 다니고 있는 부인은 ""그래도 커 가는 자식들이 힘이 된다. 죽은 사람만 불쌍하다""며 말을 맺지 못했다. 이들 부부 사이에는 이제 막 고등학교를 졸업한 딸과 아들(고1, 고2) 둘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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