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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전 11시 경복궁 예매소 부근.
봄꽃이 만연한 날씨인데도 제법 쌀쌀했다. 오늘따라 이현주(28 휠체어 장애인) 씨가 꽤 늦는다. 1시간 가량을 기다리다 결국 자원봉사자 1명을 남기고 출발! 훨체어 장애인들과 뇌성마비 장애인 그리고 자원봉사자들 15명 남짓 되었다.
올해가 문화유산의 해라고, 이곳이 민족적 자긍심을 일깨울 수 있는 사회교육 현장이라고 하지만, 장애인들에겐 안내지도 한장 없는 막막한 곳이다. 예매소 창구에 ‘장애인 무료입장’이라는 문구는 빛좋은 개살구에 불과하다.
박물관 장애인 보호자 무료관람
가파른 경사로, 장애인화장실 미비
이번 행사를 주최한 장애인편의시설촉진모임은 장애인이 사용할 수 있는 경복궁 안내도를 구하려고 백방으로 노력했지만, 가까스로 경복궁 사무소측에서 배치도를 한장 받았을 뿐이다. 이 배치도에 우선 화장실을 표시하고 휠체어 장애인이 다닐 수 있는 길을 표시하고… 다시 지도를 그렸다.
벚꽃이 화들짝 핀 길을 지나 드디어 국립민속박물관 건물이 나타났다. 현관 옆에 경사로로 남편 정치우(30) 씨가 탄 휠체어를 부인 김미선(26 뇌성마비) 씨가 힘겹게 밀고가는 것이 보였다. 경사로가 너무 가파르고 바닥이 미끄럽기 때문이었다. 자주 외출을 한다는 이들 부부는 “일단 계단이 너무 많고 사람들의 시선이 부담스럽다”고 말했다. 오늘 경복궁 행사에 참가하게 된 이유는 “편의시설이 어떤가 직접 다녀보고 얼마나 불편한가를 살펴보자”는 생각에서라고 한다.
지하철리프트 이용 평균 40분 소요
박물관 안내도가 마련되어 있었지만 역시 화장실 표시는 없었다. 안내원에 물어 찾아간 화장실에는 장애인용이 없다. 좌변기가 있었지만 휠체어는 들어갈 수 없었다.
어느새 12시 30분. 뒤늦게 이현주 씨가 자원봉사자 나재선(23 이화여대 특수교육과) 씨와 함께 도착했다. 반가워하며 왜 늦었냐고 묻는 동료들에게 그는 “리프트가 늦게 와서”라고 말했다.
수유역 부근 집에서 나선 시각은 10시 30분. 고궁까지 오는데 무려 2시간이 넘게 걸린 셈이다. 동대문운동장역에서 휠체어리프트가 안올라와 25분 가까이 기다렸다고 한다. 그 리프트를 타고 지하철이 다니는 아래까지 내려가는 시간이 20분 가량 걸렸다. 나재선 씨는 “리프트에 장애인이 탔을 때는 작동속도가 무척 느리다. 적어도 한사람이 지하철 역까지 내려가는데 40분은 걸리는 셈이니 만약 많은 휠체어 장애인이 한꺼번에 리프트 시설을 이용한다면 어떻겠는가. 작동에 있어서도 불편함이 많은데 이런 점들은 여론조사를 통해 보완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이날 하루 경복궁 구석구석을 돌아다니고 장애인지도를 만들어 경복궁측에 보낼 계획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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