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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여대생의 용기 있는 저항이 무관심과 불감증으로 일관하는 현 세태를 준엄히 꾸짖고 있다.
김혜전(한양대학교 자원공학과 4학년) 씨는 지난 24일 저녁 동료들과 함께 학교로 들어가던 길에 전경들의 제지를 받았다. 이날 경찰은 한총련(한국대학총학생회연합) 출범식 장소로 예정된 한양대학교의 정문을 봉쇄하고 출입하는 사람들을 검문하던 중이었다.
대학가에선 이미 일상화 되다시피 한 검문이었지만, 김 씨 등은 무작정 신분증 제시를 요구하는 경찰에게 항의하며 적법한 절차를 요구했다. 김 씨 일행은 경찰에게 “경찰관직무집행법에 따라 소속, 직책, 성명을 알려주고 경찰 신분증을 제시해 줄 것”을 요청했다. 이로 인해 전경들과 김 씨 일행 사이에 실랑이가 벌어지게 되었으며, 이 과정에서 김 씨는 전경의 방패에 수 차례 얼굴을 맞아 왼쪽 귀를 여덟 바늘이나 꿰매는 부상을 입었다. 결국 전경들은 학생들을 놓아주었고 상황은 마무리되었다.
이날 사건에 대해 김 씨는 “당당하게 요구해야 할 것을 요구한 것”이라며 “부당한 경찰의 처사에 대응하지 않을 경우, 학생들의 피해가 더 커질 것을 우려했다”고 밝혔다. 그는 “작지만 하나 하나의 노력이 쌓인다면, 경찰의 불법적 관행도 개선되지 않겠냐”고 말했다.
한양대 불심검문 5일째
현재 한양대에선 한총련 출범식을 봉쇄하기 위한 경찰의 불심검문이 닷새째 이어지고 있다. 한양대 학생회측은 이와 관련, 매일 오전과 오후 두 차례씩 교문 주위에서 유인물을 나눠주며 그 부당성을 홍보하고 있다. 그러나 간혹 항의하는 학생과 경찰 간의 실랑이가 벌어지기도 하지만 불심검문은 별 무리 없이 진행되고 있다. 법대에 다니는 한 학생은 “전경 소대장에게 ‘경찰대학 출신이면 경찰관직무집행법을 잘 알 것 아니냐’고 항의했더니, 경찰의 잘못은 인정하지 않고 ‘그냥 보내’라는 말만 했다”고 말했다. 그는 “아직도 대다수의 학생들이 ‘귀찮다’는 이유로 검문에 순순히 응하고 있지만, 불법적 검문에 대한 공분은 계속 커지고 있다”고 밝혔다.
한편, 한총련 출범식 전날인 29일 한양대 주변엔 최소 20여 대 이상의 전경버스가 진을 치고 있으며, 지하철 한양대역에서부터 학교로 통하는 모든 출입구마다 수백 명의 전경들이 삼엄한 검문을 진행하고 있다. 한총련은 “평화적인 집회를 갖겠다”고 밝혔지만, 경찰은 “폭력집회가 될 것”이라는 억지 속에 타대생은 물론 일반 시민들의 출입도 철저히 막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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