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 |
"전자주민카드 시대가 코 앞에 다가왔다.
엄청난 프라이버시 침해와 전자감시시대를 가져올 것이라는 각계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정부와 신한국당은 지난 2일 당정회의를 통해 주민등록법 개정안(전자주민카드제도)을 오는 임시국회에서 처리하기로 했다. 임시국회에서 법안이 통과되면, 오는 98년 4월 1일부터는 18세 이상 전국민이 전자주민카드를 소지해야 하는 시대가 현실로 등장하게 된다.
전자주민카드 시행과 관련해 각계 시민 사회단체들이 반대 운동을 벌이고 있지만, 선거법 등 주요쟁점에 시선이 집중될 이번 임시국회에서 주민등록법 개정안 통과를 막아낼 수 있을지는 불투명하다.
이러한 상황 속에 16일 대한변호사협회는 ‘통합전자주민카드 무엇이 문제인가’라는 주제로 토론회를 열었다. 이 자리에는 김학원(신한국당), 추미애(국민회의), 권수창(자민련) 의원 등 각당 내무위 위원들도 토론자로 참석했다.
정보독재주의 우려
통합전자주민카드의 시행을 반대하는 까닭은 무엇보다도 정보집중에 따른 국가의 통제 및 감시기능 강화를 우려하기 때문이다. 추미애 의원은 “전자주민카드를 가장 절실히 필요로 하는 곳은 국가정보기관과 권력기관”이라며 “안기부의 권력남용이 무엇보다도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추 의원은 또 “제도가 도입되면 국민이 동의할 새도 없이 장관의 명령만으로 기본권을 제한할 수 있게 된다”며 전자주민카드의 시행을 반대했다.
김승환 교수(전북대 법대)도 “프라이버시권은 자기에 관한 정보의 제공 여부를 결정하는 권리, 자기정보에 대한 열람 삭제 수정 추가를 요구하는 권리”라고 밝히고 “전자주민카드는 프라이버시 침해가능성의 최대화를 초래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개인정보가 한 곳에 집중되면, 특정 국가기관 또는 정보기관의 감시와 통제가 손쉬워진다”며 “국가권력에 권력분립의 원칙이 적용되어야 하는 것처럼, 개인정보에 정보집중이 아닌 정보분리의 원칙이 적용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덧붙여 “전자주민카드 도입에 앞서 프라이버시를 효과적으로 보호하는 법률을 먼저 제정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주민등록제부터 검토해야”
김기중 변호사는 “전자주민카드 시행의 전제조건인 주민등록증 제도 자체의 문제점부터 논의를 시작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지난 30여 년 동안 아무런 문제제기 없이 실시되어 온 주민등록증 제도가 국민의 권리를 제한하는 것인지에 대해 사회적인 검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반면, 참석자 가운데 유일하게 전자주민카드 도입을 찬성한 김학원 의원은 “주민등록제나 지문채취 등이 공공질서 유지에 긍정적 기능을 해왔다”며 “이미 뿌리내린 제도를 폐지하기 보다는 부작용을 점차 개선해나가는 방향이 옳다”고 주장했다. 그는 “공무원의 범법행위에 대한 우려만을 가지고 제도의 도입을 반대해서는 안된다”면서 “다만 프라이버시보호를 위한 제도화에는 찬성한다”고 말했다.
한편, 전자주민카드 시범실시 지역인 제주도에 이어 전북지역에서도 전자주민카드 시행반대 운동이 전개되기 시작했다. 전북지역 14개 시민사회단체는 지난 4일 공청회를 가져 전자주민카드제의 문제점을 진단한데 이어, 지역차원의 공동대책위도 구성하기로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