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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달로 지방자치단체장 선거가 다가오고 있는 가운데, 중앙선거관리위원회(아래 중앙선관위)에서 지문날인 거부자들의 참정권 보장을 위한 나름의 현실적 방안을 내놨다.
지난 달 25일 중앙선관위는 ""동사무소에서 발행하는 주민등록등본에 사진을 첩부한 증명서를 제시하면 본인임을 확인할 수 있는 신분증명서로 인정될 수 있을 것""이라고 유권해석을 내려 주민등록증이 없어 관공서가 발행하는 어떠한 신분증도 갖지 않은 사람들도 참정권을 행사할 수 있는 길을 텄다. 이는 앞서 지난 달 16일 지문날인반대 연대 윤현식 씨가 '투표소 본인여부 확인을 위한 신분증명서'에 관해 질의한 데 따른 회답이다.
지난 99년경부터 국가가 모든 국민의 열 손가락 지문을 채취 보관하는 것에 대한 반대 운동이 시작돼, 이후 수 천명의 지문날인거부자들이 생겨났고 지문날인이 위헌임을 밝히는 헌법소원도 제기돼 있는 상태다.
하지만 정부는 지문날인 문제에 대해 무대책으로 일관해, 2000년 6월 1일로 옛 주민증의 법적 시효가 끝나자 지문날인거부자들 중 여권이나 운전면허증 등 대체신분증마저 없는 사람들은 선거권의 행사 등에서 불이익을 당해왔다. 이에 주민증 소지가 국민들의 의무사항이 아닌데도 사실상 주민증 혹은 관공서가 발행한 기타 신분증을 소지하지 않으면 기본권을 제한당하는 상황을 정부가 방치한다는 비판이 제기돼 왔다.
중앙선관위의 이번 회답에 대해 사회진보연대의 홍석만 씨는 ""주민등록등본도 광범한 개인정보를 담고 있다는 점에서 근본 대안은 아니지만, 일단은 전향적인 조치""라고 평했다. 중앙선관위는 지난 2000년 4월 총선 당시엔 '아무런 신분증도 보유하고 있지 않은 자의 선거권도 보장되어야 할 것'이라고 밝히면서도 별다른 대책을 제시하지 못해 빈축을 산 바 있다.
한편, 13일 행정자치부 관계자는 ""주민등록등본에 사진을 첩부한 증명서란 대한민국에 존재하는 구체적 증명서가 아니고 관련 법령도 없다""며 난색을 표했다. 또 행자부는 ""아무런 다른 신분증을 갖지 않은 사람들의 투표권 문제는 우리 소관이 아니""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윤현식 씨는 ""수시로 발급가능한 민원서류인 주민등록등본에 현장에서 신원확인이 가능한 사진을 붙여 관인 하나 찍는 것이 안 된다는 건 법률을 핑계로 책임을 회피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인권운동사랑방의 이창조 씨도 ""행자부는 제도가 없다는 이유로 사실상 지문날인 거부자들의 투표권을 박탈하는 것이나 다름없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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