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3회 연재> 페스카마호 살인범 전재천 씨가 밝히는 선상폭력의 실상 (3)
내용
"폭행 등에 견디다 못한 조선족 선원들은 마침내 선장에게 하선할 뜻을 밝혔다. 그런데 그것이 살인으로 이어지는 계기가 될 줄이야…

""백춘범 등 조선족 5명은 몸이 아파서 못하겠다며 하선을 제기했습니다. 선장은 '소원대로 해줄께'하며 하선 경제 보증서를 쓰게 하였습니다. 보증서가 무엇인지 모르는 우리에게 손도장을 찍게 하였습니다. 그러나 뒷면 내용은 앞면과 달랐습니다. 이때에야 깜빡 속았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뒷면에는 '중국인 6명이 승선 후 선장과 갑판장의 지시를 듣지 않고 제 마음대로 작업을 거부하고, 심지어 흉기를 들고 선장을 살해하려 달려들었으며, 계속 작업거부와 폭행적인 행위가 있으므로 강제하선 시킬 것을 결정한다'고 씌어졌습니다. 선장은 우리에게 말하기를 '썅, 거러지 같은 놈 새끼들 그렇게 수월하게 보내줄지 아냐, 너희들은 사모아 구류소에 3개월 갇혀 있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심지어 사모아까지 가는 배의 일체비용(연료 등)도 중국인 6명이 책임져야 한다고 했습니다. 앞길이 막막하고 눈 앞이 캄캄했습니다.""

""선장은 폭동을 말린 나에게 흉기를 들고 폭행에 참가하였다고 덮어씌웠습니다. 경제 손실을 계산해 보았습니다. 왕복 항공비, 사모아까지 항해 비용, 사모아 구류소 석달 경비, 중국에 올때 송출회사에 보증금으로 눌러놓은 친구의 집 등 중국 돈으로 20만원이 됩니다. 나 때문에 부모, 자식들이 길가에 나 앉게 할 수는 없다 생각했습니다.""


선장에게 속아 하선증명서 작성

""31일 중국에서 가져온 고급약(안궁환) 두 알(1알에 중국 돈 180원)을 가지고 선장을 찾아갔습니다. 약을 내놓으면서 하선하려는 사연을 이야기했습니다. '사실 아파서가 아니라 갑판장이 우리를 못살게 하여 마음이 불편했습니다. 때문에 갑판장의 그 꼴을 안 보면 되겠다 하여 짧은 생각 끝에 하선을 요청한 것입니다. 천번 만번 잘못했습니다. 우리 어머님과 자식을 보아 한 번만 용서해 주십시오. 선장님이 시키는 대로 따르고, 기라면 기겠습니다'며 빌었고 용서를 바랐습니다. 선장은 '나중에 얘기해' 하였습니다.""

""8월1일 침실에 들어서니 모두 고개를 떨구고 수심에 잠겨 있습니다. 서로 말없이 담배만 피울 뿐이었습니다. 어떤 사람은 사모아에서 달아날 계획을 하고, 어떤 사람은 중국에 가도 집에 못가고 평생 객지에 있을 계획을 하였습니다. 제일 걱정은 사모아 구류소에 얼마나 갇혀 있을까 하는 것이었습니다.""


""기라면 기겠습니다"" 애원도 했지만…

""사실 나는 중국인들과 서로 모르는 사이였습니다. 우리는 배에 오른 후 상하관계(전재천 씨는 2등 항해사였다-편집자)로 서로 얘기할 사이가 못됩니다. 오늘은 다같은 처지가 되어 처음으로 이들의 하소연을 듣게 되었습니다. 승선하여 50일 동안 제대로 먹지 못하고, 잠도 못자고 매일 욕과 매를 맞으며, 손바닥이 발바닥이 되도록 개고생만 하고 돈일푼 벌지 못하고 도리어 빚만 등에 걸머지고 가야 했습니다. 심지어 승선반란자로 몰려 사모아 구류소에 갇히게까지 되었으니, 어찌 가슴 아프지 않겠습니까""

""이들은 말을 한후 모두 두 눈에 이슬로 덮어 있었습니다. 마치 된서리에 맞은 풀마냥 고개를 떨구고 담배만 꼬실렀습니다.""

""1일 밤 술병을 들고 마셨습니다. 술이 들어가니 가슴에 쌓였던 원한이 눈물이 되고 눈물이 악으로 됐습니다. 우리는 벼랑에 도달한 사람이다. 선장이 우리를 괴롭히고 행복을 망치게 하고, 심지어 우리 가족까지 길가에 나앉게 하고 돌아가지도 못하게 하는 가혹한 행위와 인간의 도덕과 동정이 하나도 없는 짐승같은 흉악한 짓으로 우리를 죽이려는 것이 원통했으며, 한 동포 간에 너무 유감스러웠습니다. 우리는 미국 구류소에 갇힐 생각을 하면 진절머리가 났습니다. 우리는 죽으려 했습니다. 죽는 김에 우리를 죽게한 선장을 죽이고 자살하자 했습니다. 너죽고 나죽고 마지막 일기도 썼습니다.""

""술에 취한 이들은 일어섰습니다. 겁났습니다. 이들의 눈에선 독이 올랐으며 긴장한 분위기였습니다.""


술 취한 이들의 눈엔 독이 오르고

2일 새벽 선장과 갑판장이 차례로 이들에 의해 목숨을 잃었다. ""모두 제 정신이 아닌 듯 싶습니다. 사는 날까지 살려면 사람을 살해해야 했습니다. 이렇게 되어 계속 살인이 시작되었습니다.""

기관사 등 한국선원 5명이 잇달아 살해되었고, 마지막으로 인니인 3명과 중국인 1명을 살해하는 것으로 11명에 대한 살인극은 막을 내렸다."
문서정보
문서번호 hc00006365
생산일자 1997-03-21
생산처 인권하루소식
생산자
유형 도서간행물
형태 정기간행물
분류1 인권하루소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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