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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의 마녀사냥이 재현되고 있다. 지난해 8월 연세대 사태를 통해 학생운동진영을 ‘미친 폭도집단’으로 몰아갔던 언론이 지난 2일 시위진압과정에서의 전경사망사건을 기회로 또다시 ‘학생운동 망국론’을 들먹이며 광분하고 나섰다.
유지웅 상경 사망 사건과 관련해 각 일간지는 3, 4일에 걸쳐 1면톱, 사설, 기획, 해설, 인터뷰기사 등을 다양하게 내보내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편집방향이 유상경 사망에 대한 국민적 애도의 뜻을 표하고, 사고발생원인에 대한 객관적 분석과 올바른 해결책을 제시하기 보다는 한총련 비난여론을 조성하기 위한 여론몰이용 편집에 치우치고 있으며, 심지어 ‘의도적 오보’까지 내고 있다는 인상마저 주고 있다.
‘한총련 비난’ 여론 조장하기
중앙입보 및 경향신문 6월 3일자는 이 사건을 「시위진압 전경 사망」이라는 제하의 1면 톱기사로 보도하면서 톱기사 바로 밑에 ‘쇠파이프를 든 학생들과 쓰러져 있는 백골단’의 사진을 배치했다. 이는 독자들로 하여금 ‘전경이 학생들에게 맞아 죽었다’는 예단을 내리도록 하기에 충분한 것이었다. 조선일보(3일자 41판 사회면)는 심지어 「전경, 시위 학생에 맞아 사망」이라는 헤드라인을 뽑고, “시위대의 집단폭행에 의해 전경이 사망했다”는 단정보도(담당기자 조희련 박용근)까지 내보냈다. 평소 정확한 정보력으로 소문난 조선일보로 볼 때 이해하기 힘든 ‘오보(?)’였다.
이해하기 힘든 오보
이러한 언론보도에 부응하듯 시민들의 반응도 일관되게 나타나고 있다.
문화일보 3일자 2면(「폭력시위 언제까지」)에서 연세대 김 모씨는 “사람을 죽게 만드는 시위문화는 분명 잘못된 것”이라고 말했으며, 중앙일보 3일자 사회면(「“또 전경희생인가” 개탄」)에서도 “이번 일을 계기로 대학생들은 폭력을 행사하지 않도록…”(송두환 변호사) “극단적인 행동을 자제하여 학생 본분에 맞는 행동을…(주인기 연세대 교수) 등의 주장이 실리면서 유 상경 사망의 책임을 고스란히 한총련에게 돌리고 있다.
조선대 류재을 씨 죽음 1단 처리
한편, 언론의 이번 사건과 관련해서도 그 편파성을 유감없이 드러내고 있다.
유 씨가 사망하던 날 경찰이 던진 돌에 맞아 중상을 입은 중앙대생, 1일 백골단의 집단폭행으로 두개골이 부서진 이철용 씨 사건에 대한 각 일간지의 보도는 1단 기사에 그치고 있다. ‘두 사람 모두 죽지는 않았다’는 변명도 가능하겠지만, 지난 3월 시위도중 사망한 조선대생 류재을 씨 사건을 되돌아보면, 그러한 변명 또한 궁색할 수밖에 없다. 당시 거의 모든 중앙 일간지들은 류 씨의 사망 사실만을 1단 기사정도로 보도했을 뿐이다.
경찰폭력에 관대해야 하는 이유
중앙일보 3일자 3면에서 김상우 기자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한총련측이 ‘학생을 쇠파이프로 때린 것이 아니다’고 반박하고 나섰지만, 책임의 상당부분을 감수할 수밖에 없다.” 문화일보의 문성웅 기자도 3일자 32면 기사를 통해 “부검결과에 상관없이 류 상경의 죽음이 폭력시위를 진압하는 과정에서 발색했다는 점에서 학생들은 여론의 따가운 눈총에서 벗어날 수 없다”고 지적하면서 한총련의 책임론을 들먹였다. 반면, 류재을 씨의 사망 당시엔 누구도 ‘경찰의 책임’ 또는 ‘경찰폭력 근절’을 이야기하지 않았으며, 오로지 침묵만으로만 일관했던 것이다.
4일자 조선일보 사설은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다. “공권력이 친북단체의 불법집회를 진압하는 것은 너무도 당연한 의무…단호하게 대처해야 한다.” 언론이 왜 경찰의 폭력을 문제삼지 않는지를 솔직히 보여주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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