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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일 낮 여의도의 새정치국민회의 중앙당사는 조금은 한적한 분위기다. 총선을 앞두고 대부분 지역구에 내려가 있는 탓인가? 단지 몇몇 출입자들이 엘리베이터를 들락날락하며 한적함을 깨뜨리고 있다.
이곳 4층 엘리베이터의 출입자들에겐, 벽주위로 늘어선 사진첩들과 한쪽 구석에 조용히 앉아 있는 11명 농성자들의 모습이 한눈에 들어온다. 참혹한 시신으로 누워있는 고 이덕인 씨의 사진과 28일부터 이곳에서 무기한 농성에 들어간 이덕인 씨의 유족 및 아암도 주민들이다.
한때 일간신문의 사회면을 주요하게 장식했던 이덕인 씨의 사망과 아암도의 문제는 1백23일이 경과하면서 서서히 모두의 관심권에서 밀려나고 말았다. 사인규명과 유족보상, 생계대책마련 등 어느 하나 해결을 보지 못한 채….
문제해결의 열쇠를 쥐고 있던 인천시는 이미 “이덕인 씨의 사망과 아암도 주민의 생계에 아무런 책임도 질 수 없다”는 최종의사를 통보했으며, 이제 아암도 주민들은 하나 남은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이렇게 이부자리 한장, 식기 하나 없이 여의도를 찾아온 것이다.
비록 겉모습은 초라하지만 이들의 뜻만큼은 결연했다. “인천시측은 시간이 흐르면 자연히 하나둘씩 포기할 것이라 믿고 있다. 하지만 이런 사건의 재발을 막기 위해서도 우리는 결코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 생계의 터전을 잃고 넉달 동안 끼니도 제대로 때우지 못하며 투쟁해온 박미라(40)씨의 말이다. 이들은 신한국당에 진정서를 접수하는 것으로 투쟁의 제2막을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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